공부를 하되
영리한 마음 하나가 가장 두려우니,
영리한 마음은 독약과 같아서
한 번 중독되면
비록 진짜 약이 나타나더라도
구제하지 못하느니라.
만약 진정한 참선객이라면
눈은 소경 같고
귀는 귀머거리 같으며,
마음이 조금이라도 일어날 때면
은산철벽銀山鐵壁에 부딪히는 것 같으리니,
이와 같이 하면
공부가 비로소 서로 응하게 되리라.
공부를 하되
시끄러움을 피해 고요함을 향하려
하지 말지니,
두 눈을 감고 귀신굴(鬼窟) 속에
앉아서 살 계교를 꾸미지 말라.
옛사람이 말하기를
“검은 산(黑山: 지옥) 밑에서
썩은 물에 잠겼다”하였으니,
무슨 일을 이루랴.
다만
경계와 반연 속에서 공부를 지어나가야
비로소 힘을 얻게 되리라.
한 귀절의 화두를 몰록 일으켜서
눈썹 위에 모으고,
다닐 때와 앉을 때와
옷 입고 밥 먹을 때와
손님을 맞고 보낼 때에
오직
이 한 귀절 화두의 해답을 밝히려 할지니,
하루 아침 세수하다가
콧구멍을 만지듯이
너무나 가까운 곳에 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혹 허망한 마음을 가지고 억눌러서
허망한 마음을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불법이라 여기면
이는
바른 생각을 잃고서
돌로 풀을 누르는 것과 같으며
또한 파초 껍질을 벗겨내는 것과 같아
한 겹 벗기면 또 한 겹이 생겨나서
끝이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신이 마치 허공 같다고
관상觀想한다거나
딴 생각 일으키지 않기를
담墻과 같이 하면
이는 바른 생각을 잃고서
공망(空亡: 아무것도 없음)에 떨어진
외도라 하며,
혼이 흩어지지 않은
죽은 사람이라 할 것이니
통털어 말하건대
모두가 바른 생각을 잃은 것이니라.
- 선문촬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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