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선문禪門

그대 스스로 만들었다.

 

마음 갈 곳이 없어야 한다

 

본 문

 

누군가 물었다.

“무엇이 대승도에 들어가

활짝 깨치는 요법입니까?"


大乘入道頓悟法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무엇보다도 그대는

모든 인연을 쉬고 만사를 그만두라.

 

선善·불선不善, 세간·출세간,

일체 모든 법을 다 놓아 버리고

기억하거나 생각하지 말라.

몸과 마음을 놓아버려

완전히 자유로와야 한다.

 

마음을 목석같이 하여

입 놀릴 곳 없고

마음 갈 곳이 없어야 한다.

 

 

 

마음의 대지가 텅 비면

구름장이 열리고 해가 나오듯

지혜의 햇살이 저절로 나타날 것이다.

 

 

 

다만

모든 인연을 쉬어

탐애와 성냄과 집착,

더럽다거나 깨끗하다는 망정이 다하면

 

5욕8풍五欲八風이 닥쳐도

꿈쩍하지 않는다.

견문각지見聞覺知에 막히지 않고

모든 법에 혹하지 않으면

 

자연히 갖가지 공덕과

신통묘용神通妙用을 갖춘 해탈인이니,

모든 경계를 대할 때

마음에 다툼과 혼란이 없다.

 

거두지도 않고 흩지도 않은 채

성색을 꿰뚫어 아무 걸림이 없으니

이런 사람을 도인道人이라 하는 것이다.

 

 

선악ㆍ시비 그 어느 것도 쓰지 않으며,

한 법도 애착하지 않고,

한 법도 버리지 않으니

이를 대승인大乘人이라 한다.

 

 

모든 선악善惡,

공유空有,

더럽고 깨끗함,

유위와 무위,

세간과 출세간,

그리고 복이니 지혜니 하는 것에

매이지 않는 것을 부처님의 지혜라 한다.

시비나 미추,

옳은 이치다 그른 이치다 하는

온갖 알음알이[知解]와 망정이 다하면

얽어맬 수 없어서,

어딜 가나 자유로우니,

이를 초발심보살이 그대로

부처의 경지에 올랐다고 하는 것이다.”

 

 

 

보 설

 

이 단락은

백장스님의 깨달음에 관한

백장스님의 기틀을 엿볼 수 있는 설법이다.

 

누군가 물었다.

“무엇이 대승도에 들어가

활짝 깨치는 요법입니까?”

 

‘누군가 물었다’ 하는 것은

실제로 질문했다기 보다는,

백장스님의 대승도에 들어가

활짝 깨치는 대승입도돈오법을

 

이 글을 보는 그대에게

 

 

 

 

개시오입開示悟入하기 위한

방편으로 볼 수 있다.

바로 지금 백장스님이 그대에게

이 요긴한 대승도에 들어가

깨닫는 법을 말씀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대는

모든 인연을 쉬고 만사를 그만두라…

마음을 목석같이 하여 입 놀릴 곳 없고

마음 갈 곳이 없어야 한다.

 

세상사 모든 일들이 다 그대

스스로 만든 인연지소생因緣之所生이다.

 

누가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다 그대 스스로 만들었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은

진도 아니요

허도 아니다.

색도 아니요

공도 아니다.

 

수많은 인연들을

그대가 취하고,

구하고,

얻고,

받아 지녀,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전부 내가 만든 관념이요, 식심인 것이다.

 

 

 

 

그러니

이 식심(識心: 알음알이)이 바로

제법(諸法: 일체법)인 것이며,

우리가 ‘나’라고 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제8식 아뢰야식인 것이다.

 

마음에 아뢰야식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마음을 그렇게 쓰고 있고,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작용을 아뢰야식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모든 제법을 바로 ‘나’라고 하고

‘법’이라 하는 것이며,

이것을 응용하여

모든 행을 나투고 쓰는 것이다.

 

때문에

이것을 다 놓아버리라고 하신다.

결과적으로

몸의 일체 행동과 마음의 작용을

전부 놓아버리면 자유로워진다고 하신다.

 

이것은 이론적으로는 된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되지를 않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되느냐,

거기에서 벗어나는 길 밖에는 없다.

이치적으로 해오하기는 너무나 쉽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을 알아

모든 행이 부질없음을 알고,

 

제법무아諸法無我를 알아

실제의 ‘나’라 할 것도 없고,

실로 법이라 할 것도 없음을

안다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본래 마음이 고요하고 적적하여

어떤 흔적도 없지만

적정열반寂定涅槃,

그 본공한 자리가 만상을 나투고

만 가지 행을 드러냄을 체달한다.

 

그 자리가

이름하여 법신이라 하지만,

그 이름마저 붙여진 것인 줄 알고

모든 것이 그곳에서

스스로 떠 올리는 하나의 상이며

그 실상이 아님을 스스로 분명히 안다면,

 

 

 

아무런 일도 없게 되어

일체에서 다 벗어나게 된다.

 

 

 

이것이 불교의 근본 뜻이고

가르침인 것이다.

 

그래서 이제 다시

그 비유를 들어 말씀하고 있다.

마음의 대지가 텅 비면

구름장이 열리고 해가 나오듯

지혜의 햇살이 저절로 나타날 것이다.

 

다만

모든 인연을 쉬어

탐애와 성냄과 집착,

더럽다거나 깨끗하다는 망정이 다하면

 

5욕8풍五欲八風이 닥쳐도

꿈쩍하지 않는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모든 이치를 체달하여,

‘그렇구나’ 하면서

확연하게 내려놓고 벗어나서,

 

이것이 다

내 눈동자 안의 일임을 알아

어디에도 걸림이 없다면

 

자유로워서 마치 허공에 구름이 걷히면

햇빛이 비추이듯이

만상이 두루 허공 속에 나타나고

사라지는 그림자를 나툴 것이라는 말씀이다.

 

그렇게 되면

오욕팔풍이 인연 따라 오고 가도,

그것이 다

내 마음속 그림자를 보듯이 하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다만 그 그림자에

집착하고

탐내고

성내고

집착하여

더럽다느니 깨끗하다느니 하는

마음(망정)을

다시 내어 달라붙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일없는 무사인無事人이 된다.

 

그러나 그 그림자에 속아

다시 망정을 일으켜,

스스로 고통 속에 뛰어들면

그것이 괴로움이 되고

즐겁다, 힘들다, 어렵다, 고통이다 하면서

 

또 걸려 들어간다.

오직 이 그림자를 그림자라고 안다면,

걸림 없는 자유인이 되는 것이니

 

그래서

“견문각지見聞覺知에 막히지 않고

모든 법에 혹하지 않으면

자연히 갖가지 공덕과

신통묘용神通妙用을 갖춘 해탈인이니”

라고 하시어 이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내가 스스로 주인이 되어

마음속에 드리운 그림자가

다 내가 스스로 그리는 그림인 줄 알면,

 

이 모두가 전부 내 일(본분사)이 되고,

일체가 다 내(참나)가 되고,

내가 그려낸 것임으로

다 실상(實相)이다.

 

또한 이것이다 할 성품이 없음으로

다 허상이고,

다 그림이고,

현실이며,

꿈이며,

환영이다.

 

- 백장록 강설중에서 -

'선문禪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가 불국토의 주인  (0) 2019.09.21
영리한 마음은 독약  (0) 2019.09.20
현묘한 이치  (0) 2019.09.18
무심해지기만 하면  (0) 2019.09.17
진여와 무심  (0) 2019.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