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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禪門

인연이 그대와 더불어



살아 있는 말이란 

부처님 말씀이 死生을 자재하는 까닭이다.

죽은 말 가운데 삶이 있고 산 말 속에 사실은 죽음이 있다.

무엇이 자재하여 사활에 무관한 것인가?

우리가 소위 신심信心이라 지어 부른 불꽃 속의 연꽃이다.

 

삶과 죽음 접어두고 오로지 제 성품으로 되돌이키면

한줄기 신령스레 밝디 밝은 한 물건 영롱하다.

동서고금에 상관하지 않고 부처와 중생에 무관하여

고요하되 오롯하게 깨어 있어 있다는 생각도 없다.

 

생각이 없으니 흰 구름은 남산에 걸리었고

흐르는 물 깊고 낮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러라! 무엇이 살아 있는 그 말 한마디 인가?

달빛은 요요한데 바람 없는 시냇물이 너울댄다.

 

모든 四句게의 핵심이 이곳에 있으니

이를 알아내려고 신심 내어 참선하는 것이 參究(참구)요

달리는 “경이나 사구게를 수지한다”는 것이요,

공부함에 있어 

 

“無念으로 宗을 삼고 無住로 體를 삼음이다.”

 

부처를 모신 집에 부처가 없고

중이 사는 집에 처자가 없다.

절도 집도 아닌 곳에 종소리만 은은하니

듣는 이도 없는데 누구를 위해 종은 치는가?

 

본 적도 없는 부처를 북쪽 벽에 모셔놓고

남쪽 아래 꿇고 앉아 때때로 예배하며

생각이 다다르지 못하는 곳을 향하여 가끔씩 묻나니

부처가 무엇이냐! 

 

부처는 도대체 무엇이더란 말인가?

 

스스로 보는 중생이 되레 그 부처이든가?

묻는 것도 어리석은데 도리어 스스로 막히어 통하지 못하니

부처를 묻기 이전에 물은 뒤를 근심한다.

一念이 곧 수미산이라니 수미산 중의 일이로다.

 

八角磨盤便作狗라, 여덟 모난 맷돌이 홀연 개로 되었다.

 

산도 마을도 아닌 암자에 밤은 깊어 적막한데

조용하다 뉘 있어 이르리. 그대로 허튼 소리네.

西風 불자 되레 동쪽 숲 흔들리니 어인 일이냐?

하늘 높이 싸늘하게 울부짖는 외기러기 아득해 멀다.

 

중생 밖에 없는 부처는 無所有이지만

중생도 없는 부처를 어떻다 하랴?

임제臨濟에게 스스로 묻게 하리니

날몸 안에 든 무위진인無位眞人도 乾屎橛(간시궐)이니라.

 

간시궐(幹屎厥) : 마른 똥막대기.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라는 물음에 운문문언선사(雲門文偃禪師)가 ‘간시궐’이라 했다. 이는 불성(佛性)은 변함이 없으며, 만물에 깃들어 있다는 뜻이다.

 

어찌하여 그러하냐? 수보리여,

일체의 모든 부처와 그리고,

모든 부처의 아뇩다라 삼먁삼보리 법이

다 이 경으로부터 나온 것이니라.

 

무엇이 이 경이냐?

고집멸苦集滅이 마침내 道이니라.

무엇이 이 경의 말씀이냐?

無紋法印(무문법인)이니라.

 

하나로 모자라 여러 부처가 되어 넘친 것인가!

여러 부처 모아 엮으니 일체로 끊은 것인가?

하나뿐이어서 가난하니 무엇이 그렇듯 외로우며,

여럿은 또 무엇이 모자라 하나조차 버린 것인가?

 

다시 하나를 만들고자 諸佛이라 하는 것인가?

많음이여! 한 이름이라 함이여!

금 까마귀와 옥토끼는 식사 시간만 다른 게 아니고

더불어 같은 지붕 아래 살되 밥상을 같이하지 않는다.

 

무릇 본 것을 귀하게 여겨 햇빛의 고마움을 잊고

싸늘한 달빛 아래 무성한 숲이 꿈틀댐을 잊는다.

東西에 예리한 사냥꾼을 두고도 덫을 빼지 못하니

예로부터 금선金仙을 구족具足한 존자尊者라 부른 것이로다.

 

인연이 각각이라 깨달은 부처로 하나 되고,

본래 어리석은 이가 제 스스로 부처임을 잘 아니

알 때 부처를 모두 죽이고 모를 때 중생이 없다.

인연이 그대와 더불어 부처와 한 몸임을 어이하랴!

 

비록 인연이 다를지라도 중생은 한 이름이요

마음에 다름이 있을 수 없으니 부처가 여럿이라 이른다.

하나도 없어 여럿이고 여럿 아니니 하나라 일렀다.

제불諸佛에 속지 않아 하나를 얻고 하나를 믿어 여럿을 깨닫는다.

 

하나이므로 각覺이나 여럿이므로 중생이다.

경우를 중하게 여기므로 

인연신因緣身이 곧 정편지正徧智라 이른다.

본래 여럿이 더불어 다르지 않기 때문에 正等이요

같고 다름이 얻을 수 없으므로 無上이라 하였다.

 

 

 존재를 삼켜 허공을 뱉아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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