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란 본래 허무하여 진실한 것이 아닌데
근본으로 돌아감을 그 누가 짐작했던가.
있음과 없음은 내가 스스로 만든 것이니
허망한 마음으로 수고로이 헤아릴 것이 아니로다.
강 설
사람의 몸뚱이는 사실 허무하여 진실한 것이 아니다. 거의 모든 사람은 그러한 근본적인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 지공 화상께서는 사람들이 인생의 본질과 근본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짐작도 하지 않고 사는 것이 안타까워 이와 같은 육신의 허구성을 깨닫기를 바란 것이다.
이 몸뚱이의 본질만 깨달으면 처한 상황에 관계없이 인생은 나날이 즐거움을 누리는 좋은 날이 될 것이다. 이 몸이 있고 없음도 자신이 만든 것이며 몸에 따른 사람과 재산과 명예와 부귀영화와 있고 없음도 역시 자기 자신이 만든 것이다. 허망하고 공연한 생각으로 쓸데없이 헤아리고 계산할 일이 아니다. 방하착하고 쉬어버리면 나날이 편안하고 즐거운 삶이 되리라.
중생의 몸이 큰 허공과 같으니
번뇌가 어느 곳에 달라붙을 것인가.
다만, 일체 희구하는 것만 없으면
번뇌는 자연히 녹으리라.
강 설
사람들의 부질없는 생각, 즉 번뇌는 모두가 이 육신 때문에 생긴다. 이 육신이 허공과 같이 텅 비어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여실하게 안다면 무슨 번뇌가 일어날 것이며, 번뇌가 없는데 또 무슨 갈등과 고민이 있겠는가.
일체 번뇌는 육신이 있고 육신이 있으니 필요로 하는 것이 많고 필요에 따라 구하는 것이 많다. 구하는 것이 있으면 때로는 뜻대로 되지 않아 갈등과 고통이 따른다. 사람과 일, 의식주 등 모든 것이 그렇다. 직업과 직위 문제 등등 모든 것이 이 몸뚱이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이다. 이 몸뚱이가 허공처럼 텅 빈 것으로 알고 일체 구하는 것이 없다면 모든 갈등과 번뇌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중생이 꿈틀거리는 모습이 가소롭구나.
각각 한 가지씩 다른 소견을 집착하네.
다만, 냄비 옆에서 떡을 구하고자 하고
근본으로 돌아가 밀가루를 보는 것은 알지 못하네.
밀가루는 삿되고 바른 것의 근본이니
사람이 조작하는 것에 따라 백 가지로 변하도다.
구하는 것은 자유로이 뜻을 따르라.
공연히 치우쳐서 탐내고 애착할 것 없어라.
강 설
중생이 각자의 소견대로 꿈틀대며 살아간다. 그 살아가는 모습은 다 다르다. 누가 마음은 형상이 없다고 하였던가. 중생의 크고 작은 동작 하나하나 표현하며 살아가는 그 현상들이 모두가 사람 마음의 형상이다. 즉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그대로 그 사람 마음의 형상이다. 이 얼마나 분명하고 확실한 형상인가.
그러나 그 각각의 형상들의 본질은 텅 빈 통일된 하나이다. 이런 인생과 저런 인생이 달리 보여도 그 본질은 공성(空性) 하나라는 사실이다. 무를 가지고도 많은 요리를 만들 수 있지만, 밀가루를 가지고는 실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음식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많은 밀가루 음식도
근본은 밀가루 한 가지다.
이러한 이치를 깨달아 밀가루만 있으면 모든 음식을 다 만들 수 있는데 공연히 떡을 굽는 냄비 옆에서 떡이 만들어지기만을 바라지 말라는 것이다.
집착이 없는 것이 곧 해탈이요,
구하는 것이 있으면 또한 그물에 걸리네.
강 설
사람의 삶에는 행복한 삶도 있고 불행한 삶도 있다. 그러나 늘 불행한 것도 아니고 늘 행복한 것도 아니다. 행복하던 사람도 때로는 불행할 때가 있고, 불행하던 사람도 때로는 행복할 때가 있다. 그래서 아무리 행복하고자 하더라도 3분의 1은 불행이고, 아무리 불행하고자 하더라도 3분의 1은 행복이고, 3분의 1은 행복도 불행도 아닌 시간이다.
그러므로 완전한 해결책은 행복과 불행에서 벗어나는 해탈의 길이다. 해탈의 길은 행복하고자 하는 생각에도 집착하지 않는 데 있다. 행복이든 성불이든
구하는 것이 있으면
날아가던 새가 그물에 걸린 것처럼 얽히고 만다. 그러므로 불교는
행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마저 벗어나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일이다.
직지 강설(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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