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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禪門

성품을 통달하면

眞心所往 진심소왕

참마음이 가는 곳 




학 인

 

참마음을 통달치 못한 사람은 참마음을 미혹함 때문에 선과 악을 짓나니, 선한 인을 지은 까닭에 좋은 길에 태어나고, 악한 인을 지은 까닭에 나쁜 길에 태어나되, 업을 따라 몸을 받는 그 이치는 의심치 않겠거니와 참마음을 통달한 사람은 망정(妄情) 다 쉬어 참마음에 계합하여 증득하면 선악의 인(因)이 없는지라 하나의 영(靈)은 죽은 뒤에 어디에 의탁하는가요?



보 조 

 

의탁할 곳이 있는 것이 의탁할 곳이 없는 것보다 나으리라고 여기지도 말고, 또 의탁할 곳이 없단 말로써 인간이 갈 곳 없는 방랑자와 같다고 여기지도 말고, 귀신 무리에 끼어 의지할 데 없는 무주고혼 같다고도 여기지 말라. 특별히 이렇게 물은 뜻은 의탁할 곳이 있기를 바라는 것인가?



학 인

 

그렇습니다.



보 조

 

성품을 통달하면 그렇지가 않나니, 모든 중생은 각성(覺性)을 미혹한 때문에 망정으로 사랑하고 생각하여 업을 모아 인을 만들었으므로 여섯 갈래[六趣]에 태어나 선과 악의 과보를 받느니라. 가령 하늘의 업으로 인을 삼으면 하늘의 과보만을 받나니, 꼭 태어날 곳을 제하고는 딴 곳에서는 수용(受用)치 않느니라.

다른 갈래에도 그러하니라.

 

 

이미 그 업을 따르므로 태어나야 할 곳을 즐겁다 하고,

태어나지 않을 곳은 즐겁지 않다 하며,

태어나야할 곳을 자기가 의지할 곳이라 하고,

태어나지 않을 곳을 딴 사람의 의지할 곳으로 하나니,

 

그러므로 허망한 감정이 있으면 허망한 인이 있고,

허망한 인이 있으면 허망한 결과가 있고,

허망한 결과가 있으면 의지할 곳이 있고,

의지할 곳이 있으면 너와 내가 나뉘고,

너와 나를 나누면 옳고 옳지 못함이 있거니와

 

 

이제 참마음을 통달한 이는 

생멸이 없는 각성(覺性)에 계합하여 

생멸 없는 묘용(妙用)을 일으키나니, 

묘한 본체는 참되고 항상 한지라 본래 생멸이 없으며, 

묘한 작용은 인연을 따르는지라 생멸이 있는 듯 하니라.



그러나 본체로부터 작용이 일어났으므로 

작용이 곧 본체인지라 무슨 생멸이 있을 수 있으리요? 

그러므로 달인(達人)은 진실의 본체를 증득하였으니 

어찌 생멸이 간섭하겠는가. 

 

마치 물이 습성(濕性)으로서 본체를 삼고, 

파도로써 작용을 삼는 것 같으니라. 

습성은 원래 생멸이 없으니 

파도 속의 습성인들 무슨 생멸이 있으리요? 

그러나 파도가 습성을 여의면 따로이 없는 까닭에

파도의 생멸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옛사람이 말하기를 

“온 땅덩이가 사문의 한쪽 바른 눈이요, 온 땅덩이가 하나의 가람(伽藍)이라” 하시니, 이는 진리를 깨달은 사람의 몸을 안정시키고 생명을 누려 나갈 곳이니라.

 

이미 참마음을 통달했을진댄 

사생 육도(四生六道)가 일시에 소멸하고 

산, 강, 땅 모두가 참마음뿐이니, 

이 참마음을 떠난 밖에 따로이 의탁할 곳이 없느니라.

이미 삼계(三界)의 허망한 인이 없으면 

반드시 육취의 허망한 결과도 없고, 

허망한 결과가 없으면 무슨 의탁할 곳을 말하리요?

 

너와 내가 따로이 없느니라. 이미 너와 나가 없다면 무슨 옳고 그름이 있으리요?

곧 시방세계가 오직 하나의 참마음이어서 온몸으로 수용(受用)하리라. 따로이 의탁할 곳이 없느니라. 또 시현(示現: 방편으로 나타나 보이심)하는 부분에서도 뜻을 따라 태어나되 장애가 없느니라.

 

규봉이 대답하기를, 

 

“온갖 중생이 신령하고 밝은 각성(覺性)을 갖추지 않은 이가 없어서 부처와 다름이 없나니, 만일 이 참 성품을 깨달으면 본래부터 태어남도 없거니, 무슨 의탁함이 있으리요? 신령하게 밝아서 어둡지 않으며, 또렷또렷하게 항상 알아서 온 곳도 없으며, 간 곳도 없으니, 

 

다만 비고 고요함으로써 본체를 삼아서 색신(色身)을 오인하지 말며, 다만 신령한 지혜[靈知]로 자기의 마음을 삼아 망념을 오인하지 말지어다. 

 

망념이 만일 일어나더라도 전혀 따르지 않으면 목숨이 마칠 때에 자연히 업에 얽매이지 않으리라. 비록 중음(中陰)의 세계에 있으나 향하는 곳마다 자유로워서 하늘과 인간에 마음대로 의탁하리라” 하시니,

이것이 참마음이 육신 떠난 뒤에 가는 곳이니라

 

    선문촬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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