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가난은 세상을 얻는다
무지 역무득
無智 亦無得
지혜도 없고 또한 얻음도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지혜’라고 하면 어떤 대상이나 내용 또는 실체가 있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지혜를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 그것은 큰 잘못이다.
그리고 지혜를 통하여 무엇인가 얻을 것이 있다고 여기는 것도 큰 잘못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본래 공한 그 자리는 따로 지혜라는 것이 없으며, 또한 그 어느 것도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반야심경』은 지혜의 가르침이다.
지금까지 모든 존재의 실체가 공함을 설하여 우리의 의식이나 물질의 바탕이 연기에 의해 존재하는 것일 뿐이므로, 오온이나 십팔계도 없고 12연기도 없고 사성제도 없다는 이치를 설명하였다.
이것은 우리가 정해진 틀에 갇히거나 얽매여 살지 말고 모든 집착을 벗어 놓고 우리의 삶을 자유자재하게 펼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관념은 우리가 오랫동안 익혀온 업습(業習)에 의한 것으로 고정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거듭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모든 것이 공한 줄 체득하여 관자재(觀自在)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걸림 없는 자유자재한 연기를 실천하게 된다.
이 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실체가 없어 모두 공할 뿐이니, 거기에는 모든 상대가 사라져 그 어떤 시비분별도 없다.
만법(萬法)이 하나로 돌아가니
능(能)과 소(所)가 없고
주(主)와 객(客)이 없고
너와 내가 없으며
어리석음도 없고
지혜도 없고
잃을 것도 없고 얻을 것도 없다.
모든 일에 얽매이지 않고 무심히 인연 따라 살아 갈 뿐이다. 목마르면 물 마시고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잠자는 것이다.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무위진인(無位眞人)은 가는 곳마다 주인이다.
모든 것을 인연 따라 거침없이 살아 갈 뿐이다.
隨緣放曠 수연방광
언제 어디서나 하염없는 진리의 삶을 살아가니 생각생각이 보리심이요, 처처(處處)가 안락국이다.
모든 법을 두루 비추어 보아 요달(了達)하는 것을 지혜라고 말하지만, 자기 성품이 본래 공(空)한데 거기에 지혜조차 발붙일 곳이 있겠는가
無智
모든 법이 텅 비어 실로 한 법도 없어서 거기에는 잃을 것도 없으며 얻을 것도 없으니
‘또한 얻는 것도 없다' 라고 하였다.
亦無得
지난해의 가난은 가난이 아니라
去年窮 未是窮
올해의 가난이 참으로 가난이다
今年窮 始是窮
지난해는 송곳 꽂을 자리도 없더니
去年窮 無卓錐之地
올해는 그나마 송곳조차 없어졌네.
今年窮 錐也無
현봉스님 반야심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