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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禪門

제법의 바탕

 

일심

 

 

이른바 (대승) 법은 중생심을 말한다. 이 마음은 일체의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포섭한다.

 

所言法者謂衆生心

是心則攝一切世間出世間法

 

큰 수레(대승)의 역할을 하는 존재, 대승이 지시하는 법은 바로 마음이다. 그것도 바로 우리 중생의 마음, 즉 중생심이다. 중생심이 어째서 큰 수레에 해당하는가?

 

여기서는 중생심에 대해 ‘이 마음은 일체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모두 포섭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곧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음과 별개의 것으로 여기는 현상세계 일체 사물(세간법)과 현상세계 너머의 열반(출세간법)이 사실은 모두 이 마음 바깥에 있지 않다는 것,

 

 

 

모두 이 마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기신론은 이처럼 일체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모두 포괄하는 마음을 우리 일반 중생과 구분되는 어떤 외재적 절대자의 마음이 아니라,

 

바로 현상세계 안에 살고 있는 우리 각각의 중생의 마음이라고 단언한다.

 

이것은 기신론이 우리 중생의 마음을 우리가 일상적으로 자기 자신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는 마음보다 훨씬 더 깊고 훨씬 더 큰 마음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왜냐하면 우리는 일상적으로 우리 자신의 마음이 실재하는 세간법 중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지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모두 포괄하는 그런 한계 없는 무변(無邊)의 마음,

 

바깥이 따로 없는 무외(無外)의 마음이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간혹 그런 무변 무외의 마음을 떠올린다 해도 우리는 그런 마음을 우리 중생의 마음이 아닌 중생 바깥의 절대자인 신(神)의 마음 정도로 떠올린다.

 

이에 반해 기신론은 우리 중생의 마음이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모두 포섭하는 마음, 무변 무외의 마음,

 

절대의 마음이라고 말한다.

 

중생심을 절대 무외의 마음, 진여법신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기신론은 일체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모두 중생심 내지 진여심의 발현 내지 표현, 한마디로 심의 경계(境界)로 간주한다.

 

 

원효는 법이 곧 중생심이고, 그 중생심이 일체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모두 포섭한다는 이 구절에 입각해서 기신론의 대승사상이 소승과 구별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처음에 말한 ‘법은 중생심을 말한다’는 것은 자신의 체[自體]를 법이라고 부른 것이다.

 

지금 대승에서는 일체 제법이 모두 개별 체가 없고 오직 일심으로 그 자신의 체를 삼는다. 그러므로 ‘법은 중생심을 말한다’라고 한 것이다.

 

‘이 마음은 일체법을 포섭한다’는 것은 대승법이 소승법과 다른 점을 보여준다.

 

진정 이 마음이 제법을 통섭하고, 제법 자체가 오직 일심일 뿐이므로, 이것은 소승에서 일체 제법을 각각 자체가 있는 것으로 말하는 것과 같지 않다.

 

그러므로 일심을 대승법이라고 말한다.

” 이와 같이 대승이 소승의 법유(法有)를 비판하고 법공(法空)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제법의 바탕이 바로 일심이기 때문이다.

 

    - 대승기신론 강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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