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진인은
잠을 잘때 꿈을 꾸지 않고 깨어 있어도 근심이 없으며
식사에도 맛을 찾지 않고 그 숨결은 깊고 깊었다.
그래서 진인의 호흡은 대지를 딛고 서서 발꿈치로부터 쉬어 나오나
보통 사람들의 호흡은 목구멍으로부터 나온다.
단 남에게 굴복한 자는 그 말소리가 어물어물하고
욕심이 많은 이는 천기(天機)가 얕다.
옛날 진인은
삶을 기뻐하지도 않고
죽음을 싫어할 줄도 몰랐다.
출생했다고 기뻐하지도 않고
죽음에도 항거하지 않으며
선선히 가고 선선히 올 뿐이다.
그 비롯되는 바도 잊지않고
그 끝나는 바도 추구하지 않는다.
삶을 받아서 기뻐하다가
죽어서 자연으로 돌아간다.
이런 것을 일러 마음으로 도를 바라지 않고
사람의 힘으로써 하늘의 명을 돕지 않는 것이라 한다.
이런 이를 진인이라 한다.
그러한 사람은
그 마음은 잊어버리고 그 모습은 고요하며
그 이마는 넓고 크다.
엄숙하기가 가을과 같고 따뜻하기가 봄과 같다.
희노(喜怒)는 사시(四時)와 통하며
사상(事象)에 적의(適宜)하여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성인은
군사를 일으켜 남의 나라를 멸망시켜도 인심을 잃지 않는다.
그의 은택이 만대에 미쳐도
인민을 사랑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때문에 만물을 통하게 하는 것을 즐기면
성인이 아니요,
천시(天時)를 따지면
현인이 아니며
이해에 달관하지 못하면
군자가 아니요,
명예를 쫒느라고 자신을 잃으면
선비가 아니며,
몸을 망쳐 참되지 못하면
지배자가 아니다.
옛날의 진인은
그 모습이 우뚝하여 무너지지 아니하고
모자란 듯하면서도 남에게 받는 일이 없으며,
젊잖아 올바르면서도 고집하지 않고,
넓어 비어 있으면서 허영되지 않으며,
온화하여서 기쁜 것 같고,
무뚝뚝하여 부득이 하는 듯하며,
그윽히 그 안색에 나타나고
조용히 그 덕에 머물며,
널리 세상과 같이하고,
아득하여 적어질 수가 없으며,
느릿하여 잘 다문 듯하고,
무심하여 그 말을 잊은 듯하다.
죽음과 삶은 천명이며
밤과 아침이 변함없이 있는 것은
하늘의 도리이다.
이는 사람이 따라갈 수 없는 바로서
모두 자연의 물정(物情)인 것 이다.
사람은 특히 사람을 아버지로 삼아
자신이 그를 사랑하는데
하물며 더 두드러진 하늘에 있어서랴?
사람들은
특히 임금이 자기보다 낫다고 하여
자신이 그를 위하여 죽거늘
하물며 그 참된 것에 대하여서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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