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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禪門

미지의 신

나에게 미지의 신을 가르친 것은, 

 

생명의 여러 요소들이었다. 

흘러가는 낮에게서 배우고, 

밤에게서 배웠다. 

 

파괴와 전쟁에도 아랑곳없이 아직 건재해 있는, 

약하고 하찮은 생명에게서 배웠다.

 

지평선에 자신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드러내는, 

태양을 생각했다. 

천상을 지나가면서 서쪽 하늘에 다다르고, 

그리고 잠에 빠져드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태양은 비록 아무 말이 없으나, 

드러나지 않게 생명을 보살피고 있음을 알았다. 

서로 싸우던 사람들도, 

해가 지면 멈추기 마련이었다.

 

창백한 빛을 발하는, 

달의 아름다움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가로지르면서 춤을 추고, 

신비하고 경이롭게 밤을 밝히는 것을 보았다. 

천막에서 나오는 불빛이, 

어떻게 밤하늘을 밝히는지 보았다. 

 

물새가 물위에 내려앉는 것을 보고, 

새들이 밤에 자기네 둥지로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아이들이 웃는 소리를 들었다. 

별똥별이 떨어지고, 

밤새가 날아오르는 것과, 

잎사귀에 매달린 이슬도 보았다. 

 

은빛 눈으로 덮여, 

또 다른 세상을 연출하는 호수도 보았다. 

 

여자들이 강물에 서서, 

항아리에 물을 담는 것을 보았으며, 

옷을 무릎까지 걷어 올려, 

백설처럼 하얀 무릎을 드러내 놓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여자들이 재담거리를 가지고, 

소란스럽게 수다 떨며, 장난치고 웃는 소리도 들었다. 

 

먼 곳에서 흘러 들어오는 불에서 나는 연기, 

남자들이 숨을 쉴 때 뿜어져 나오는, 

마늘과 술 냄새를 맡기도 했다.

 

미지의 신이 진실로 누구인지를 내가 알게 된 것은, 

생명을 관찰하고 그 지속성을 깊이 생각했을 때였다. 

 

미지의 신은, 

변형된 사고를 가진 인간이 창조한, 

그러한 신은 아닐 것이라고 추론하였다. 





인간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신은, 

그들이 두려워하거나, 

가장 존경할 수 있는 성격을 지닌 자로, 

꾸며냈다는 것을 알았다. 





진실한 신은, 

 

인간이 무엇을 선택하든지, 

그 환상을 만들어 내고 실연해 볼 수 있도록 허용하며, 

인간이 다시 돌아와도, 

그곳에 다시 봄이 오게 하고, 

생명이 솟아나게 하는, 

지속적인 근원임을 깨닫게 되었다. 

 

미지의 신은, 

진실로 생명력과 지속성에 거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미지의 신은 누구인가? 

그것은 

나 자신이었다. 



밤에 둥지에 앉아 있는 새이고, 

잎사귀에 매달린 이슬이며, 

새벽이며, 

저녁 노을이었다. 

그것은 태양이고, 

달이며, 

아이들이고, 

그 웃음소리이며, 

백설같이 하얀 무릎이고, 

흐르는 물이며, 

마늘과 가죽, 

청동 냄새였다. 

 

그것들이 모두 내 앞에 있어 왔던 것이지만, 

이렇게 이해하기까지에는, 

많은 세월이 필요했다. 





미지의 신은, 

달이나 태양의 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이러한 새로운 추론에 따라서, 

나는 생명을 포용하기 시작하였다. 

그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느껴졌고, 

살아야 할 이유를 찾게 되었다. 

 

피보다, 

죽음보다, 

전쟁의 악취보다, 

더 나은 것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생명이었다. 



지금까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과는 다른, 

위대한 것이 있었다.

 

이러한 깨달음을 통하여, 

나중에 세월이 지남에 따라, 

인간이 모든 것 중에 가장 위대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또 인간이 죽어가도 태양이 영속하는 유일한 이유는, 

태양은 

죽음을 전혀 생각할 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태양이 아는 것은… 

존재하는 것일 뿐이다.

 

  람타 중에서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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