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空)한 자리에서
미묘한 이치가 드러난다
일념(一念)이
공적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모든 대상이 저절로 타파되니,
의지할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데
의지하는 주체가 어떻게 생길 수 있겠는가.
마치 물의 근원이 다하면 강물이 마르고,
뿌리가 시들면 잎이 떨어지는 것과 같다.
그런 까닭에 아난阿難이
일곱 군데에서 주장을 폈지만 근거가 없었으니,
삿된 법은 부지하기 어려움을 알 수 있고,
2조二祖 혜가慧可는
그 자리에서 마음을 찾았지만
마음이 생겨난 적이 없었으니,
공적한 도리를 이해하여야
비로소 깨닫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사스님과 부처님의 가장 중요한 요점은
이러한 종지를 가리킬 뿐이다.
이미 일으키는 주체로서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면
생겨나는 경계도 얻을 수 없으니,
마음을 얻을 수 없으므로 곧 ‘내’가 사라지고,
경계를 얻을 수 없으므로 곧 ‘법’이 사라진다.
만약 인人과 법法이 함께 공적할 수 있다면
일심一心의 미묘한 이치가 드러날 것이다.
명추회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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