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깨끗하면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부처는 《법화경》을 받아 지니며 읽거나 외거나 남에게 얘기하거나 옮겨 쓰면 천이백 가지 귀의 공덕을 얻게 되며, 부모님에게 받은 맑고 깨끗한 귀로 삼천세계의 모든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삼천세계의 모든 소리를 듣는다면 지옥의 소리와 천당의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고 모든 언어와 소리를 다 이해할 수 있다.
부처는 귀가 깨끗하면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소리를 식별할 수 있지만, 소음 때문에 귀의 근본이 파괴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사람은 청각에 이상이 없다면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도 실제로는
자신이 관심 있는 소리만 듣는다.
어느 날 잠들기 전에 그날 일을 회상하며 내가 그날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떠올려 보았다. 자동차 소리, 강연회에서 강연하는 소리, 에어컨 소리, 컴퓨터 속 동영상 소리, 친구나 동료의 대화 소리 등등. 아주 많은 소리를 들은 것 같지만 사실은 아주 적은 일부만 들은 것이었다.
이 세상은 매순간 수많은 소리로 가득 차 있다. 나처럼 깨달음을 얻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생활 반경 안에 있는 소리만 듣고 소음 때문에 다른 소리를 듣지 못한다. 심지어 소음 때문에 신경 쇠약에 걸리기도 한다.
오래 전 어디선가 “모든 소리가 나를 향해 모여든다”는 시 구절을 듣고 무척 마음에 들어서 가만히 앉아 이 세상의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 적이 있다.
복잡한 거리의 자동차 소리,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나뭇잎이 사각대는 소리, 길모퉁이에서 돋아난 작은 풀이 흔들리는 소리, 공중을 가르며 날아가는 새 소리 등등.
하지만 나는 길을 걸을 때나 사무실에서 일할 때 이런 소리를 듣지 못한다. 차분히 앉아서 귀를 따갑게 찌르는 소음을 떨쳐내고 가만히 귀를 기울여야만 이런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늦은 밤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지금, 멀리 도로에서 차들이 쉬지 않고 지나가고, 현관 밖 복도에서 가끔 누군가 귀가하는 발소리가 들리고, 거실에는 시계 소리가 들리며, 주방의 수도꼭지에서는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것들은 내 귀에 들리는 몇 가지 소리일 뿐,
내가 듣지 못하는 소리가 이보다 훨씬 많다.
당신이 깨달음을 얻는다면 우주의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부처의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깨달음을 얻는 순간 부처가 허공에서 《법화경》을 설하는 소리를 듣게 될 수도 있다.
바로 지금 누군가 밖으로 나가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가? 지금 당장 세상 밖으로 나가 높은 산에 올라가 고요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 그러면 당신 귀에 이런 시가 들릴 것이다.
봉우리마다 안식이 있고
나뭇가지 끝에 바람 소리 하나 없으며
숲에는 새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기다려라, 그대 또한 곧 쉬게 되리니.
- 괴테
깨달음을 얻는 순간
부처가 허공에서 《법화경》을 설하는 소리를
듣게 될 수도 있다.
법화경 마음 공부 중에서
'선문禪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가 찾는 것은 바로 눈앞에 있다. (0) | 2020.06.14 |
---|---|
신은 사랑과 기쁨으로 모든 곳에 계시지만 (0) | 2020.06.13 |
진흙소가 물속에 가면 그 형체가 사라지듯 (0) | 2020.06.11 |
산다는 것은 흐르는 것이다. (0) | 2020.06.10 |
제법의 바탕이 바로 일심 (0) | 2020.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