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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禪門

본고향 소식

현재 하는 공부

 

                                                             1983. 7. 19.

 

  

 

깨달음에 이르기 전에 유혹을 깨끗이 몰아내고 청정한 신심만으로 공부에 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미 그런 사람은 공부 다한 사람인 것이다. 공부란 모름지기 지금 현재에 하는 것이다. ‘이곳을 떠나서, 이 일을 해 놓고, 이 기간만 참아 지내기로 하고 열심히 하자.’라고 하는 것은 항상 놓치는 것이요, 못 따라가는 것이다.

 

어느 때고 가슴속에 번뇌가 다할 때는 없다. ‘번뇌가 다하기를 기다려 공부하자(깨끗한 신심으로 몰두한다는 것이 결국 그 뜻이 된다).’라고 함은 오로지 어리석음일 뿐이다.

 

이 번뇌 속에서 이 끝없는 유혹, 이 아쉬움이 가득한 이 마음인 채로 정진해 가는 것이다. ‘후유, 후유’ 숨을 몰아쉬고, 성내고 기뻐하고 간교하고 탐욕스러운 이 상태, 이 속에서.

 

삶이란, 범속한 생활인의 삶이란 처음도 거기요, 끝도 거기요, 현재의 뇌고惱苦로운 이것이 삶의 본모습이라. 애욕의 몸부림, 진노의 불꽃에 이글거리는 이것 외에 아무것도 나은 것을 찾을 수 없으며, 있다면 오직 해탈의 세계이며, 깨달음의 경지뿐임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같지 않고, 

이처럼 흐릿하고 흔들리고, 

애착하고 뇌고로워 하는 이 같음이 아니고, 

맑고 깨끗하고, 

안정되고 평화로운, 

흔들림 없는 고요한 마음, 

침착하고 가라앉은 마음, 

부드럽고 공손하고 지극히 선량한 마음, 

그런 마음의 세계만이 진실이며, 

그런 세계에 도달하는 것만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가슴이 시원한가!) 

 

‘이런 세계가 있다.’라고 거듭 그렇게 생각해 보고 그런 세계를 추구하는 마음으로 정진을 해 나가는 것이다.

 

  

 

  오오, 벗이여!

 

  가슴속에 청풍이 불기를 기다려

 

  닻을 올리려 말라.

 

  

 

  먼저 닻을 올리고

 

  노를 저어 나아가고 나아가다 보면

 

  뜻밖에 만리청풍萬里淸風에

 

  본고향 소식을 얻게 되리라.

 

 

 

      수좌 적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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