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곧 극락
매일 바삐 사는 사람도
가끔은 마음에 아무런 근심 걱정 없고
모처럼 한가한 시간에 시골 길을 걸으면서
또는 도심의 어떤 공원의 벤치에 앉아
망중한을 즐길 수 있다.
그때 그 순간은
그에게 있어서 열락(悅樂)의 순간이다.
그 길은 그 전에도 갔던 길이고
그 공원의 벤치도 그가 종종 앉던 곳이다.
그러나 다 같은 길이고 다 같은 공원의 벤치이지만
그의 마음이 근심 걱정으로 가득 찼을 때는
그곳이 즐거운 곳이 아니고 지옥같이 괴로운 곳이다.
법화경은 첫머리에서
깨친 붓다만이 모든 현상의 진실된 모습을 알고
諸法實相
그렇게 모든 현상의 진실상(眞實相)을 아는 것을
모든 것을 아는 지혜인
일체종지(一切種智)라 한다고 설한다.
모든 현상의 진실된 모습은
이 현실 그대로가 진실(眞實)이라는 것이다.
진리는 현실과 별개가 아니고
현실(諸法)이 곧 진리(實相)이다.
이 고통의 세계가 곧 열반이며 극락이다.
극락은 이 세계와 동떨어진
다른 세계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삶의 현장이 곧 최고의 즐거움(極樂)이 있는 곳이다.
우리가 삶을 사는
이 현상계에 고통과 즐거움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 현상계를 대하는 우리 마음에 있는 것이다.
늘 걷던 길, 늘 앉던 공원의 벤치가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고통의 장소가 되기도 하고
즐거움의 장소가 되기도 하듯 말이다.
성철 스님께서
“불교에서 근본적으로 현실이 절대라고 주장한다.
눈만 뜨고 보면 사바 세계 그대로가
극락 세계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절대 세계를 딴 데 가서 찾으려 하지 말고
자기 마음의 눈을 뜨도록 노력해야 한다.
눈만 뜨면
태양이 온 우주를 비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알고 보면
우리 앉은 자리 선 자리 이대로가 절대 세계이다.”
라고 하신 말씀은 우리가 깨쳐
마음에서 일체의 번뇌와 집착이 소멸하고
사물의 실상을 바로 알게 되면
이 상대 세계가 곧 절대 진리의 세계이며
이 현실 그대로가 극락이라는 것이다.
인도의 성자 스리 라마나 마하리쉬는
진아(眞我)를 찾아 그에 머물게 되면
지복(至福)을 항상 맛보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봉 선사께서도
참선삼매에서 깨달음의 순간에
세 차례의 비할 수 없는 열락(悅樂)을 맛보았다고 한다.
법화경에서
모든 현상은 ‘있는 그대로’가 곧 진실상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모양과 성질을 가지고
‘이러한’ 작용과 ‘이러이러한’ 결과를 가져오는
모든 지말(枝末)의 현상은
사실은 본체라는 한 마음의 나툼으로
현상이 곧 본체(眞實相)라는 것이다.
나무의 화려한 가지와 잎과 꽃은
보이지 않는 나무의 뿌리에서 나툰 것이듯이,
우리가 생활 세계에서 보는 모든 현상은
보이지 않는 본체의 나툼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법화경에서는
여시본말구경등(如是本末究境等)이라는 어려운 말로 나타내고 있다.
여시란 ‘이와 같은’이라는 뜻이고
본(本)이란 본체로서 한 마음을 뜻한다.
말(末)이란 지말(枝末), 즉 나툰 현상을 말한다.
이와 같이 한 마음이란
본체와 그의 나툼인 현상은 결국 같다는 것이다.
인연 따라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모든 현상은
사실은
파도라는 현상이 바닷물이라는 본체의 나툼이듯이
본체인 한 마음의 나툼인 것이다.
본체인 바닷물과 나툼인 파도는 별개가 아니고 하나이듯
현상이 곧 절대 진리이며
이 현실이 곧 그대로 극락이라는 것이다.
이 현실이 곧 그대로
고통의 지옥이 아니고 극락이 되려면
눈을 떠서 우리 마음에 일대 변혁이 일어나야 한다.
성철 스님 말씀처럼 우리는
자기 마음의 눈을 뜨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하여 눈만 뜨게 되면
이 현실이
곧 매일매일 즐거운 삶의 현장이 될 것이다.
눈을 뜨지 못한 범인은
항상 비바람 몰아치는 태풍의 주변에 있을 때처럼
고통 받지만
눈만 뜨게 되면
그의 마음은 항상 고요한 태풍의 눈 속 같은
열반 적정의 상태에 있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는
현실이 곧 극락이 된다.
마음 황명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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