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선문禪門

인연의 그물

 


인연 따라 태어나

 

인연 따라 머물다가

 

인연 따라 사라지니

 

생로병사가 다 인연의 흐름이다.

 

 

한량없는 인연의 그물 속에서

 

생겨난 건 소멸하고,

 

나타난 건 사라지고,

 

모인 건 흩어지니,

 

세상은 다 인연의 흐름이다.

 

 

모든 현상은 서로 연결되어 저절로 일어나고

 

서로 의존하여 저절로 소멸한다.

 

이게 인연이다.

 

인연에는 독자적인 존재가 없어

 

의지도 없고 주체도 없다.

 

인생에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고,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이게 인연이다.

 

 

모든 현상은 찰나에 생멸을 거듭하고,

 

찰나의 생멸 속에 나의 생사生死가 있다.

 

그 생멸에 나의 의지는 없고

 

오직 인연만 있으니,

 

인연 따라 와서 살다가

 

인연이 다하면 영원히 잠든다.


 

삶은 생각과 선택의 연속이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이 세상에 태어났듯이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인연에 의해 선택되고,

 

선택된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자신을 인연에 다 내맡겨 버린 게

 

인연 따라 사는 삶이다.

 

인연에 파묻혀 흘러가는 삶에는

 

갈등도 두려움도 원망도 걱정도 없다.

 

자신을 인연에 다 주어 버려

 

자신이 인연이고

 

인연이 자신이기 때문이다.

 

생각에 얽매여

 

인연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서성이면

 

편하게 살아갈 날은 영영

 

오지 않는다.

 

 

괴로움에 집착하면 괴로움은 가중된다.

 

괴로우면 괴로운 대로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사는 게

 

인연 따라 흘러가는 삶이다.

 

 

모든 것에 저항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

 

이게 인연 따라 사는 삶이다.

 

인연을 따라가면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은

 

‘긍정의 평온’에 이른다.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

 

저항하는 데서 온갖 갈등이 일어난다.

 

수용은 주어진 상황에 저항하지 않고

 

다 받아들이는 마음 상태다.

 

그야말로 전면적 긍정이다.


 

허공 같은 마음은

 

어떤 것도 가리지 않고

 

다 받아들인다.

 

거울 같은 마음은

 

어떤 것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관계’로 엮인

 

인연의 그물 속에 살면서

 

인연에 저항하는 건

 

삶에 대한 저항이다.

 

저항은 원망과 갈등만 가져다줄 뿐

 

살아가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살면서 어떤 궂은일을 겪어도

 

그건 다 인연의 흐름이지

 

나의 탓도 남의 탓도 아니다.

 

그러니 자책할 것도 원망할 것도 없다.

 

 

춥다고 저항하고 덥다고 저항하면

 

갈등은 끝이 없다.

 

그래서 선사들이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덥다’고 했다.

 

 

온갖 인연에 저항하면 갈등과 스트레스는

끝이 없다.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게 인연이고

 

이 세상에 인연 아닌 건 없으니

 

인연 따라 흘러가는 것,

 

이것이 ‘내맡김’이다.

 

 

    - 인생과 싸우지 않는 지혜 중에서 -

'선문禪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의 성품  (0) 2019.12.23
일체처에 무심하면  (0) 2019.12.22
마음의 경계  (0) 2019.12.20
일없는 도인  (0) 2019.12.19
저절로 그러한 것  (0) 2019.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