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법이 만 가지 법이다
운거 선사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하나의 법입니까?”
운거 선사가 말하였다.
“무엇이 여러 가지 법인가?”
그 스님이 말하였다.
“저는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운거 선사가 말하였다.
“하나의 법은 그대의 본심(本心)이요, 모든 법은
그대의 본성(本性)이다. 또 말해보아라. 마음과
성품이 하나인가? 둘인가?”
그 스님이 예배하였다.
운거 선사가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하나의 법은 모든 법의 근본이요, 만 가지 법은
한마음과 통한다. 마음만이 오직 그대의 성품이니
다르고 같음을 말하지 마라.”
雲居 因僧 問 如何是一法 師云 如何是諸法 僧云 未審如何領會 師云 一法 是汝本心 諸法 是汝本性 且道 心之與性 是一 是二 僧 禮拜 師 乃有頌云 一法諸法宗 萬法一心通 唯心唯汝性 不說異兼同.
강 설
세상만사를 평등으로 보면 한 가지 법이고 차별로 보면 만 가지 법이다.
그렇다면 어떤 입장이 평등이고 어떤 입장이 차별인가? 모든 존재는 그 본질과 현상이 있다. 본질에서 보면 일체가 평등한 하나이지만 현상에서 보면 모두가 천차만별하다.
그런데 현상은 보이고 들리지만, 본질은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본질은 보이고 들리는 현상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마음은 몸에서 찾고 몸의 동작에서 찾는다.
텅 비어 공한 이치는 눈에 보이는 물질에서 찾고 현상에서 찾는다. 마치 물은 물결에서 찾고 금은 금의 형체에서 찾을 수밖에 없듯이.
통일된 하나의 법은 여러 가지 현상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하나가 여러 가지이고 여러 가지가 하나이다.
다즉일 일즉다(多卽一 一卽多)이다.
그리고
일미진중함시방 일체진중역여시
(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이다.
한 티끌 가운데에
시방세계의 진리가 포함되어 있고,
모든 티끌 각각에도
시방세계가 포함되어 있다
공간성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시간성도 그와 같아서
무량원겁즉일념 일념즉시무량겁
(無量遠劫卽一念 一念卽是無量劫)이다.
끝없이 멀고먼 겁의 세월이 한생각이요.
한생각이 바로 끝없는 겁의 세월이다.
사람이든 물질이든 모든 존재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모두 통일된 하나이다.
간단한 하나의 예를 들자면, 김씨라는 한 사람이 빨아들이는 공기 속에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이 토해놓은 공기가 들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나무나 돌이나 흙이나 바람이나 구름이나 물이나 연기나 일체의 존재들이 토해놓은 공기가 다 들어 있다. 미운 사람, 고운 사람의 호흡이 다 들어 있다.
한 사람의 호흡이 그렇듯이 모든 사람,
모든 존재도 똑같이 그렇다.
우리는 이렇게
한순간도
나 아닌 다른 것 없이는 존재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직지 강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