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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禪門

살아가는 이 사실

 

평소에 다 가르쳐 주었다.

 

 

용담 화상이 천황 선사에게 물었다.

 

“저는 여기에 온 후로 화상께 마음에 대한 가르침을 받지 못했습니다.”

 

“자네가 여기에 온 다음부터 나는 일찍이 그대에게 마음에 대해 가르쳐 주지 않은 적이 없었다.”

 

“어떤 점이 마음에 대한 가르침입니까?”

 

“그대가 차를 가지고 오면 내가 그대를 위하여 받아주었으며, 그대가 밥을 가지고 오면 내가 그대를 위하여 받아주었으며, 그대가 나에게 인사를 할 때는 내가 곧 머리를 숙였으니 어떤 점이 그대에게 마음에 대해서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인가?”

 

용담 화상이 생각하는 사이에 천황 선사가 말하였다.

 

“보려면 당장에 곧 보아야 한다. 생각을 머뭇거리면 곧 어긋난다.”

 

용담 화상이 곧바로 크게 깨닫고 나서 다시 물었다.

 

“어떻게 보림합니까?”

 

“성품에 맡겨서 소요하고 인연을 따라서 놓아버려라. 다만, 범부의 마음만 없어졌을 뿐 별다른 성인의 견해는 없느니라.”

 

[예를 들자면 낙포 스님이 말하기를, “만약 보림하려면 다만, 모든 견해를 다 잊어라. 모든 견해가 다 없어지면 어두운 안개가 생기지 않고 지혜의 비춤이 환하게 밝아져 더는 다른 일이 없으리라.”고 함과 같다.]

 

 

龍潭和尙 問天皇 某甲 自到來 不蒙和尙指示心要 皇曰自汝到來 吾未嘗不指示汝心要 曰何處 是指示我心要 曰汝擎茶來 我爲汝接 汝行食來 吾爲汝受 汝和南時 吾便低首 何處 不指示汝心要 龍潭 佇思之間 皇曰見則直下便見 擬思卽差 潭 當下大悟 乃復問 如何保任 皇曰任性逍遙 隨緣放曠 但盡凡心 別無聖解.

 

[如洛浦 云 若欲保任 但忘諸見 諸見若盡 昏霧不生 智照洞明 更無餘事]

 

 

강 설

 

선불교의 핵심을 드러내 보인 천황도오 선사의 빼어난 법문이다. 이 법문에 눈을 뜬 용담숭신(龍潭崇信, 782~865) 화상은 어렸을 때 그의 부모가 천황사 옆에서 떡 장사를 하고 있었다. 도오(道悟) 선사가 그 절에 오신 다음부터 그의 집에서 매일 떡 열 개씩을 보내드렸다. 도오 선사는 날마다 떡 한 개씩을 남겨 두었다가 용담에게 먹으라고 주면서 “네 자손이 번성하길 빈다.”라고 하였다.

 

용담이 여쭈었다.

 

“제가 갔다 드린 떡을 왜 저에게 주십니까?”

 

도오 선사가 대답하기를, “네가 가져온 것을 다시 너에게 돌려주는데 무슨 잘못이 있는가?”라고 하였다. 이 말에 느낀 바가 있어서 도오 선사에게 출가하여 제자가 되었다. 뒷날 용담지촉(龍潭紙燭)이라는 이야기로 널리 알려진 덕산(德山)이라는 제자를 만나 그의 법을 전하였다.

 

용담 화상이 어려서 천황도오 선사에게 출가하여 여러 해를 시중들었으나 아무것도 배운 바가 없자 위에서 소개한 대화와 같이 마음에 대하여 물었다. 도오 선사의 대답이 참으로 절창이다.

 

“자네가 여기에 온 다음부터 나는 일찍이 그대에게 마음에 대해서 가르쳐 주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대가 차(茶)를 가지고 오면 내가 그대를 위하여 받아 주었으며, 그대가 밥을 가지고 오면 내가 그대를 위하여 받아주었으며, 그대가 나에게 인사를 할 때는 내가 곧 머리를 숙였으니 어떤 점이 그대에게 마음에 대해서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하는가?”

 

그렇다. 크고 작은 동작 하나하나 모두 사람의 마음이 하는 일이다. 그 사실을 알면 마음 아님이 없지만, 그 사실을 모르면 손에 쥐어주어도 알지 못한다. 또 어떤 이가 도를 물었다.

 

“무엇이 도입니까?”라고 하니 “눈앞에 무엇이 보이는가?” “예, 스님과 병풍이 보입니다.” “그래도 도를 모르겠는가?” “예,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귀에는 무엇이 들리는가?” “예, 빗소리가 들립니다.” “그래도 모르겠는가?”라고 하였다.

 

마음이라 하든지, 도라 하든지, 불교라 하든지, 부처님이라 하든지, 말은 달라도 뜻은 같다.

아무튼, 보고 듣고 하는 모든 사람, 모든 생명이

이렇게 살아가는 이 사실이 중요하다.

 

직지 강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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