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이 보는 바가 없는 것입니까?”
“만약 남자나 여자 및 일체 색상을 보되 그 가운데에 사랑함과 미워함[愛憎]을 일으키지 않아 보지못함과 같은 것이 곧 보는 바가 없는 것이니라."
누구나
‘중도를 정등각’하지 못하면
자연히 모든 생각이 양변에 떨어지게 되어, 무엇을 볼 때
사랑하는 생각이 나지 않으면
미운 생각이 나고
미운 생각이 나지 않으면
사랑하는 생각이 나게 됩니다.
그렇게 하여
그 생각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므로
보는 바가 있게 되고
여러 가지 소견이 붙게 되는 것이니,
소견이 붙게 되면
바로 보는 것이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일체 경계를 대할 때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다 떨어져서
중도의 마음이 나타나면
이것을 보는 바가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혹 어떤 사람들은
‘보지 못함과 같다’고 하는 말을 듣고
붉은 것이든지 푸른 것이든지 검은 것이든지 흰 것이든지 이런 것을 분별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단견(斷見)입니다.
일체 만상을 분명히 분별하지만
분별한다는 생각이 절대로 없다는 것이니
중생의 경계로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중생은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보는 생각이 있고 보는 물건이 있고 상대가 있어서,
사랑하고 미워함이 생기지 않으려야 생기지 않을 수 없으므로, 자기도 모르는 가운데 변견에 떨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자성청정심을 증득하여
일체망념이 다 없어지면
중도의 정견이 나타나는 것이니,
모든 것을 분명히 보지만
실제로 보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거기에 조금도
마음의 동요나 분별이 없습니다.
이렇게 되어야만
참으로 무생법인(無生法忍)이며
머뭄이 없는 마음[無住心]을 증한 것이지,
그렇지 않고 다만 조금이라도
분별이 따라가게 되면
머뭄이 없는 마음이 아니고
진여심(眞如心)이 아니며
진여대용(眞如大用)이 아닙니다.
그것은
업식망상(業識妄想)일 따름이니
열반이 될 수 없고
해탈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 돈오입도요문론 강설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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