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하되
한 가지 공안에만 마음을 쓸지언정
여러 공안을 풀어 알려고 하지 말지니,
설사 풀이해 안다 하여도
끝내 지식이요 깨달음은 아니니라.
법화경(法華經)에 말씀하시기를
“이 법은 분별하는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하시고,
원각경(圓覺經)에 말씀하시기를
“생각해 따지는 마음으로 여래의 원각의 경계를 헤아릴진대 마치 반딧불(螢火)을 가지고 수미산을 태우려는 것 같아서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셨고,
동산(洞山)이 말씀하시기를
“마음과 의식으로써 현묘한 종지를 배우려 하면 마치 서쪽으로 가려는 이가 동쪽을 향한 것 같다.” 하시니,
무릇 공안을 따져 알려는 사람들이여
살갗 밑에 피가 돈다면(멀쩡하게 살아 있다면)
모름지기 부끄러움을 알아야 만이
그때서야(始) 이를 것이다.
공부를 하되 잠깐이라도 정념(正念)을 잃어서는 안 된다. 만일 참구한다는 일념(一念)을 잊으면 반드시 이단(異端: 바른 도가 아닌 길)에 빠져서 끝없이 헤매다가 돌아오지 못하리라.
만일 어떤 사람이 조용히 앉아 맑고 고요함을 좋아하며 순수하고 청정하게 마음의 흔적을 없애는[絶點] 것이 불법이라 여기면 이는 정념(正念)을 잃고서 맑고 고요함에 떨어졌기 때문이니라.
어떤 사람이
강설을 잘 한다거나
담론을 잘 한다거나
동정에 두루 통하는[能動能靜] 것을
잘못 알아 불법이라 여기면
이는 정념을 잃고 영혼을 인정하는 사람이라 할 것이다.
선문촬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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