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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禪門

모습이 없다는 것조차 모습이 없다.

모습이 없다는 것 또한 모습이 없다

 

   

 

왜 ‘경계의 바람’이라고 하며, 그 바람의 형상은 어떠한가?

 

파란색이나 노란색 등 갖가지로 나타나는 색깔들은 안식(眼識)을 일으킬 수 있으며, 

보배 옥돌 등의 구슬은 갖가지 수승하고 미묘한 소리를 내어 이식(耳識)을 일으킬 수 있다. 

전단나무나 우유 등의 향기는 갖가지 아름다운 향기를 풍겨 비식(鼻識)을 일으킬 수 있으며, 

비단이나 꿀 등의 편안한 촉감을 주는 것과 갖가지 훌륭하고 아름다운 놀이 기구는 신식(身識)을 일으킬 수 있다. 

달콤하고 담담한 등의 맛들은 상응하는 것에 따라 갖가지 맛을 내어 설식(舌識)을 일으킬 수 있으며, 

현재의 꽃이나 미래의 열매 등 여러 가지 법진(法塵)은 저 식이 반연하는 경계를 따라 의식(意識)을 일으킬 수 있다.

 

지금 이 글에서는 대상[塵]을 들어 식을 취하였으니, 저 말나식(末那識)을 상세히 관찰해 보면 의(意)의 미세한 자리를 나눈 것에 다른 실체는 없다.



이와 같이 6진(六塵) 경계는 

마음의 본체를 흔들 수 있어 그것을 산란하게 하니, 

비유하면 사나운 바람과 같다. 

따라서 바람이라 부른다.

 

  

『경(經)』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능가아발다라보경(楞伽阿跋多羅寶經)』 

       권1 「일체불어심품(一切佛語心品)」

 

 

      파랗고 빨간 갖가지 색

 

      옥구슬과 우유 및 꿀

 

      담담한 맛과 온갖 꽃과 열매

 

      이와 같은 7식은 장식(藏識)과 같은가, 다른가?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니, 양 극단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마치 해와 햇빛, 물과 물결이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닌 것처럼 7식과 장식이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닌 이치 또한 이와 같다.



『경(經)』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능가아발다라보경』 권1 「일체불어심품」

   

 

      해와 햇빛 달과 달빛이 

 

      다르지도 않고 같지도 않듯 

 

      바닷물이 파도를 일으키듯 

 

      7식도 이와 같아 

 

      마음과 함께 화합하여 생기네

 

   

이와 같이 7식은 어느 곳에서 장식(藏識)으로 들어와 일곱 종류의 식을 만들며, 끊임없이 흘러다니면서 움직임을 일으켜 단절되는 때가 없다.

 

이와 같이 7전식(七轉識)은 안에서 오지 않고, 밖에서 오지 않으며, 중간에서 오지 않는다. 오직 장식의 본체가 변하여 7식을 만드니, 비유하면 바닷물이 변하여 파도가 되는 것과 같다.

 

  

『경(經)』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능가아발다라보경』 권1 「일체불어심품」

   

 

      비유하면 마치 바닷물이 변해 

 

      갖가지 파도가 일어나듯

 

      7식도 이와 같아

 

      마음과 함께 화합하여 생기네

 

   

 

      저 장식(藏識)이 있는 곳에

 

      갖가지 여러 식이 전변하고

 

      저 의식으로

 

      모든 상(相)과 의미를 사유하네

 

   

 

이와 같이 현식(現識)과 7전식(七轉識) 등 여덟 가지 심식(心識)에는 오직 생멸하는 무상한 모습만 있는가, 아니면 실상(實相)의 상주하는 모습도 있는가?

 

이와 같이 8식은 무시이래로 과거·현재·미래의 3제(三際)에 움직이지 않고, 생주이멸(生住異滅)의 4상(四相)에 옮겨다니지 않아 진실하며 상주한다. 



자성의 청정하고 허물어지지 않는 모습은 

구족하고 원만하여 부족하거나 잃어버리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이러한 일체공덕들은 

법계와 같기 때문에 두 가지 모습이 없고, 

두 가지 모습이 없기 때문에 오직 하나의 모습이다. 

오직 하나의 모습이기 때문에 또한 모습이 없고, 

모두 모습이 없기 때문에 

모습이 없다는 것조차 모습이 없다.

 

 

      명추회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