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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禪門

허망함이 마치 허공 꽃과 같다

자신의 실상을 관찰하듯 부처님을 관찰하라

 

   

 

『환원집(還原集)』 

「자타관문(自他觀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두 사람의 몸을 자(自)와 타(他)로 구분하면 

 상대방의 몸은 타(他)가 되고, 자신의 몸은 자(自)가 된다. 

 하나의 몸을 다시 자와 타로 구분하면 

 색신(色身)은 타가 되고, 마음은 자가 된다. 

 마음을 다시 자와 타로 구분하면 

 마음은 타가 되고, 지혜는 자가 된다. 

 지혜에도 다시 자와 타가 있으니 

 얻을 것이 있는 지혜는 타가 되고, 

 얻을 것이 없는 지혜는 자가 된다. 

 얻을 것이 없는 지혜에도 다시 자와 타가 있으니 

 청정한 지혜는 타가 되고, 

 청정함마저도 청정하게 하는 것이 자가 된다. 

 

 자신의 실상을 관찰하는 것같이 

 부처님을 관찰하는 것도 그러하다.

 

   

 

  허공이 의지할 곳 없듯이 

 

  그 마음 청정해 모든 선정 이미 건너신 분께 

 

  예배하옵니다

 

   

 

  머무름이 없으면 근본도 없으니

 

  이를 깨달으면 부처라 하네

 

  이름을 빌려 부처라 했지만

 

  이룰 만한 부처 또한 없네

 

  이룰 만한 이룸도 없고

 

  출현할 만한 출현도 없으니

 

  이를 부처가 출현했다고 하네

 

   

 

  보는 것 없이 또렷하게 보고

 

  또렷하게 보면서도 보는 것 없으니

 

  단지 이름만 있을 뿐 

 

  이름의 성품도 공적하여 있는 것이 없네

 

   

 

  거울 속 모습 허공과 같고

 

  허공은 거울 속 모습과 같으며

 

  몸과 마음 허공과 같고

 

  허공은 몸과 마음과 같네 

 

  몸과 마음 거울 속 모습과 같아

 

  거울 속 모습과 몸이 둘이 아니고

 

  또한 하나도 아니네

 

   

 

  만약 이같이 이해하면 

 

  모든 부처님 그곳에서 출현하시니

 

  모든 부처님도 다만 이름일 뿐

 

  마치 빈 골짜기 메아리의 울림과 같네




  무심(無心)한 구경도(究竟道)

 

  법(法)마다 저절로 평등하지만 

 

  평등한 곳도 평등한 실상은 없어

 

  평등 없는 것을 평등이라 말하니

 

  여기에서는 언어의 길도 끊어지고 

 

  마음이 작용하는 곳도 사라지네

 

   

 

  눈의 공이 색의 공을 보장하고

 

  색의 공이 눈의 공을 보장하여

 

  두 가지 공이 서로를 보장하면 

 

  안식(眼識)이란 도적은 없어지네

 

   

 

  귀의 공이 소리의 공을 보장하고

 

  소리의 공이 귀의 공을 보장하여

 

  두 가지 공이 서로를 보장하면

 

  이식(耳識)이란 도적은 없어지네

 

   

 

  코의 공이 냄새의 공을 보장하고

 

  냄새의 공이 코의 공을 보장하여

 

  두 가지 공이 서로를 보장하면

 

  비식(鼻識)이란 도적은 없어지네

 

   

 

  혀의 공이 맛의 공을 보장하고

 

  맛의 공이 혀의 공을 보장하여

 

  두 가지 공이 서로를 보장하면

 

  미식(味識)이란 도적은 없어지네

 

   

 

  몸의 공이 촉감의 공을 보장하고

 

  촉감의 공이 몸의 공을 보장하여

 

  두 가지 공이 서로 보장하면

 

  신식(身識)이란 도적은 없어지네

 

   

 

  마음의 공이 법의 공을 보장하고

 

  법의 공이 마음의 공을 보장하니 

 

  도리어 하나의 공이 두 가지 공을 보장하며

 

  또한 하나의 공을 보장하네

 

   

 

  그러므로 공공(空空)이라 하고

 

  진리를 보는 것이라 이름 붙이지만

 

  만약 6근(六根)이 청정한 줄 안다면

 

  6진(六塵)이란 도적은 없어지네

 

   

 

  만약 6진이란 도적이 없으면

 

  심왕(心王)은 자연히 청정하지만

 

  방편을 가지고 범부를 교화하며

 

  불성(佛性)에 의지한다고 이름 붙이네”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만일 눈이 공한데 색은 공하지 않고, 색이 공한데 눈은 공하지 않다면 서로를 보장할 수 없다. 근(根)과 경계가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서로를 침해할 것이다. 만약 동일한 성품이라면 서로 의심할 여지가 없다. 마치 세간에서 보증을 서는 사람과 같으니 만약 충직하고 선량한 사람이라면 충직하고 선량한 사람이 보증을 서 줄 것이다. 만약 행실이 악한 사람이라면 보증을 서지 않을 것이니, 마음의 성품이 다르기 때문이다. 6근과 6진이 화합하고 함께 하는 것이 그러하듯 일체만법이 종지(宗旨)에 순응하는 것도 그러하다.

 

그러므로 『수능엄경(首楞嚴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6근과 6진은 같은 근원이고 

 속박과 해탈은 둘이 없으며, 

 식(識)의 본성은 

 허망함이 마치 허공 꽃과 같다’고 하셨다.”

 

   

 

      명추회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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