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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禪門

자기 마음의 본 성품

대답하는 그대는 누구인가?



하루는 배휴가 절에 들어가 향을 사르고 나서
벽화를 보고 주지에게 물었다.

“이것이 무슨 그림인가?”

“고승의 초상입니다.”

“고승의 초상이야 볼 수 있지만 고승은 어데 있는가?”

그러자 스님들이 대답을 못했다.

“여기는 선인(禪人)이 없는가?”

주지가 황벽을 불러 왔다.

“저에게 한 가지 질문이 있는데 모든 스님들이 사양하니
스님께서 한 말씀 일러 주십시오.”

“물어 보도록 하라.”

“고승의 초상이야 볼 수 있지만 고승은 어디 있습니까?”
그러자 황벽이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배휴.”

“예.”

“어디에 있는가?”

여기에 질문자로 등장하는 배휴라는 인물은
상국이라는 높은 벼슬을 한 사람으로 독실한 불자였다.

그는 황벽 선사의 후원자였으며
동시에 그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은 제자인 셈이다.

황벽 선사의 어록이 잘 기록 보존된 것도 배휴의 기록 때문이라 한다.

황벽희운 선사는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
(一日不作 一日不食)’는

절의 규칙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백장회해의 제자이며
훗날 임제종의 창시자가 된 임제의현의 스승으로 유명하다.

임제는 황벽 스님에게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하고 물을 때마다
매만 얻어맞고 실망한 끝에 대우 스님에게 갔다.

그간의 얘기를 듣고 대우는
황벽 스님이 그렇게도 일깨워 주려고 애썼는데도 모르고
자신의 허물만 찾고 있느냐고 나무랐다.


그 말끝에
임제는 즉시 깨치게 되었다고 한다.


이른바 무위진인(無位眞人)의 가르침으로 제자들을 지도한 임제는
지도할 때마다 할(喝)을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질문하는 배휴라는 인물도 보통 사람은 아니다.
벽에 걸린 고승의 초상을 보고
초상이란 허상이 아닌 실체는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니
그 절의 주지를 비롯하여 다른 스님들이 아무도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그는 이 절에는 선의 진수를 아는 선승이 없느냐고 물었고
주지(절의 행정을 맡은 사람)는 할 수 없이 황벽 선사를 모시고 왔다.
황벽 선사는 배휴에게 같은 질문을 하도록 하고는

갑자기

“배휴”

하고 그의 이름을 불렀고

그가 무심코

“예”

하고 대답하는 찰나

“어디에 있는가?”

하고 다그쳤다.


그 동안 수행을 해온 배휴는
그 찰나에
자기의 실체인 본 성품을 보게 되었다.


중국에 선불교를 전래한 분이 그 유명한 달마 대사이다.
달마는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며
견성하지 않으면 성불할 수 없다고 가르쳤다.

마음이 곧 부처이므로 마음을 깨쳐야 한다.
문자에 의존하지 말고 직접 마음을 보라고 가르쳤다.

“마음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네가 묻는 것 그것이 네 마음이고

내가 대답할 때 그것이 내 마음이다.”

그는 


“네가 어데 있건 무엇을 하건 

 그것이 바로 너의 마음이고
그것이 너의 본래 부처(本佛)이다.”

라고 가르쳤다.

황벽 선사가 ‘배휴’ 하고 부르고
대답하는 너는 ‘어데 있느냐?’고 다그칠 때

근기가 뛰어났던 배휴는
그 즉시 자기 마음의 본 성품을 깨치게 된 것이다.


    마음 황명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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