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禪門
숨 막히게 기쁜 삶
竹隱죽은
2021. 9. 20. 08:38
그리운 악마
- 이수익
숨겨둔 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몰래 나홀로 찾아드는
외진 골목길 끝, 그 집
불 밝은 창문
그리고 우리 둘 사이
숨 막히는 암호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도 눈치 못챌
비밀 사랑,
둘만이 나눠 마시는 죄의 달디단
축배 끝에
싱그러운 젊은 심장의 피가 뛴다면!
찾아가는 발길의 고통스런 기쁨이
만나면 곧 헤어져야 할 아픔으로
끝내 우리 침묵해야 할지라도,
숨겨둔 정부 하나
있으면 좋겠다
머언 기다림이 하루 종일 전류처럼 흘러
끝없이 나를 충전시키는 여자,
그
악마 같은 여자
융은 말했다.
사람은 제 짝을 만나야 행복하다고
그런데
그는 말한다.
제 짝은 자신 안에 있다고.
우리 안에
깊이 숨겨둔
정부(情婦) 하나씩 있는 줄 안다면
우리는 이 삶이
숨 막히게 기쁜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 명시 인문학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