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禪門

고정불변의 실체

竹隱죽은 2021. 3. 27. 09:05

인간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인간의 내적 본질은 

자아가 아니라 순수의식입니다. 



데카르트와 칸트와 쇼펜하우어, 그리고 프로이트에 의하면 

인간의 내적 본질은 자아입니다. 

 

그러나 붓다, 예수, 노자, 장자에 의하면 

인간의 내적 본질은 자아가 아니라 순수의식입니다. 

 

값을 따질 수 없는 우주의 가장 큰 보물이 

내 안에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가리는 놈이 있습니다. 

그놈이 누구이겠습니까? 

바로 자아입니다. 

 

즉, 자아라는 것은 

우리의 내적 본질이기는커녕 

오히려 그것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 요소입니다. 

자아, 즉 개체의식이 순수의식을 가려서 

우리 내부에 일종의 일식(日蝕)현상이 생겨난 것입니다. 

 

그러면 맨 처음 이런 존재의 일식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질문은 어떻게 우리 내부에 자아라는 것이 생겨났는지 자아 형성과정을 묻는 것과 같습니다.

 

자아인식거울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벽체만 한 커다란 거울인데, 자아인식 실험을 위해 쓰기 때문에 이렇게 부르는 것으로 무슨 특별난 거울은 아닙니다. 이 커다란 거울 앞에 어린아이를 앉혀놓습니다. 어린아이의 코 옆에는 껌처럼 생긴 콩만 한 크기의 검은 점 하나를 붙여놓습니다. 어린아이는 자기 앞에 있는 커다란 거울을 쳐다보며 방긋 웃습니다. 어린아이는 지금 자기 앞에 누가 있는 것이 신기하여 만져보려고 거울 쪽으로 손을 내밉니다. 

 

이 아이는 지금 거울 속에 있는 것이 

자기 자신인줄을 모릅니다. 

이처럼 자아인식거울을 보면서 손을 거울 쪽으로 내미는 아이, 

이 아이는 아직 자아가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략 두 살 반에서 세 살 정도에 이르면 아이가 거울 앞에서 다른 행동양식을 보입니다. 앞의 영아(0~2세까지)와 달리 이 아이는 거울을 향해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거울을 유심히 보고 있다가 무엇인가를 깨달았는지 손을 자기의 얼굴로 가져가서 코 옆에 붙어있는 검은 점을 떼어냅니다.

 

자아인식거울을 보면서 

자기 얼굴의 점을 떼어내는 아이, 

이 아이는 자아가 형성된 것입니다. 

 

이것이 거울을 놓고 행하는 자아인식 실험입니다. 이 실험을 통해 심리학자들이 얻어낸 몇 가지 결론이 있습니다. 인간의 자아는 대략 2.5세 내지 3세 정도에 형성 된다는 것이며, 또 이러한 자아인식능력을 가진 것은 지구상의 수많은 동물 중에서 인간과 영장류 중의 침팬지, 오랑우탄 등 몇 종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 그 용맹한 호랑이, 사자도 거울 앞에서 자아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집에서 기르는 개, 고양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영리하다는 여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자아는 ‘형성’되는 것이지, 

처음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즉, 자아는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고정적 실체가 아니라 

후천적으로 형성된 사회적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가령, 왕자로 태어난 아이가 있다고 합시다. 이 아이는 궁궐에서 왕자로 대접받고 자라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왕자의 자아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나라에 난이 일어나 왕족이 모두 몰살당하고 이 아이만 젖먹이인 상태로 혼자 살아남아 어떤 집의 노예로 살게 되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노예의 자아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자아는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닙니다.

 

 

    마음공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