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禪門

그대 마음의 본래 성품

竹隱죽은 2020. 6. 18. 05:00

그대 마음의 본래 성품

우리의 신성한 열망은, 제자리로 돌아와서 

“그곳을 처음으로 아는 것”이다. 그러면 참다운 본성으로 돌아온 것이다. 

 

스리 니사르가닷타는 이렇게 물으면서 웃곤 했다. 

“어떻게 의심할 수가 있는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그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속세로부터 출가하려고 고민하고 있다면 그건 잘못이다. 세상을 버릴 필요가 없다. 다만 두려움을 버리고, 안간힘으로 버티기를 그만두라. 신성 속의 큰 즐거움을 위해서 작은 즐거움을 버리라.”

 

〈역경易經〉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혁명은 백성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깨달음에 자신을 바치는 것은 온 생애에서 일어나는 가장 혁명적인 행위요,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캄푸치아의 마하고사난다Mahaghosananda는 국민들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와중에도, 가슴 깊이 행복 속에 머물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는 불교 수행의 목표는 그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비로운 가슴을 일깨워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행복해질 수 없다면 수행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오로지 열리어 흔들리지 않는 가슴의 지혜 안에서만, 이 세상의 모든 형체 있는 것들을 자비심으로 포근하게 껴안을 수 있다. 그것이 세상에 단 한 번 났다 가는 것임을 알기에. 우리는 그것들의 불멸의 근원 자리, 만물이 일어났다 돌아가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은총 속에서 쉴 수 있다.

 

티베트인들은 이 신성한 지혜를 죽어가는 이의 귀에다 속삭여준다. 



맑은 빛을 기억하라. 

우주의 만물이 태어나고 돌아가는 순수하고 맑은 빛, 

그대 마음의 본래 성품을. 

그것이 그대의 본성이고, 본향이다.

 

  

유태교에서는 이것을 일체성의 기도로 노래한다. 

사랑의 기독교는 이것을 성령으로 예배한다. 

힌두교는 이것을 영원한 브라만으로서 찬양한다. 

이것은 또한 도道의 핵심이다.




  근원을 깨닫지 못하면

 

  혼란과 비탄 속에서 헤맨다.  

 

  

  자신이 온 곳을 깨달으면

 

  절로 너그러워지고

 

  초연하고 즐거워지며

 

  할머니같이 자애롭고

 

  왕처럼 존엄해진다.

 

   

  도道의 경이 속에 잠긴 채

 

  삶에서 닥치는 것은 무엇이든지 능히 다루며

 

  죽음이 오면 기다렸다가 맞이한다.

 

   

이 진실을 체득하면 우리의 삶은 축복이 된다. 자비와 이해심과 환희로운 자유가, 우리가 만나게 되는 모든 것을 쓰다듬는다. 시멘트 틈새를 뚫고 싹트는 식물처럼, 사랑의 빛이 우리에게서 새어나온다. 우리는 오래된 중국 찻주전자처럼 된다. 한 찻주전자를 100년 이상 애용하면, 더 이상 찻잎을 넣을 필요가 없어진다고 한다. 물만 부으면 주전자에서 차가 우러나온다는 것이다.



찻주전자처럼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근원이 된다. 

야망과 두려움을 내려놓음으로써 본향으로 돌아온다. 

어떤 한정도 없이, 그저 우리 자신이 된다. 

존재가 편안해진다. 

영혼의 환희와 자유가 일상을 채운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의 시간의 바퀴’에 대해 행한 가르침에 참석했던 한 친구가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나 전해주었다.

 

‘시간의 바퀴’는 가장 수준 높은 바즈라야나 수행법 중의 하나이므로, 복잡하고 엄숙한 의식儀式을 치른 후에야 전수될 수 있다. 먼저 의식에 따라 모래로 수놓은 만다라가 그려졌다. 그런 다음 카펫과 비단 능라로 뒤덮인 화려한 강단講壇이 세워졌다. 수천 명의 군중이 자리잡고 앉은 후에 울긋불긋한 차림의 라마와 승려들이 티베트 종과 심벌즈와 커다란 산악 나팔 소리에 맞춰 신성한 염불을 외웠다.

 

그러자 마지막으로 달라이 라마가 나타나서 카펫 위를 걸어 법상法床에 앉기 위해 계단을 올라갔다. 행사 진행자는 법상을 편안하게 만들려고 바닥에다 매트리스를 깔고 그 위에 카펫과 비단을 덮어놓았다. 달라이 라마가 자리에 앉자 매트리스가 울렁거렸다.

 

순간 달라이 라마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더욱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일부러 엉덩이를 더욱 들썩거렸다. 수천 명의 제자들 앞에서, 세계의 창조와 ‘시간의 바퀴’에 관한 가장 높은 가르침을 전해주려는 자리에서 달라이 라마는 아이처럼 즐겁게 매트리스 위에서 구르고 있었다.

 

이제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나는 당신의 진정한 본성인 ‘전체성’을 향해 경의를 바친다. 당신의 수행 여정이 본향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빈다. 또한 당신이 신의 은총과 우러나오는 자비심 속에서, 그리고 해방된 가슴 속에서 편안히 머물기를 바란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깨달음의 황홀경 속에서나 일상의 빨래를 하는 중에나 늘 행복하시기를.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자유와 기쁨을 찾으시기를. 당신의 사랑이 모든 존재를 두루 이롭게 하기를. 그 모든 와중에서, 당신도 잊지 말고 매트리스 위에서, 달라이 라마가 그랬듯이 어린 아이처럼 즐겁게 구르시기를 바란다.그리고 윌트 휘트먼의 말을 나의 마지막 인사로 남긴다.

 

  그리고 나로 말하자면, 나는 기적밖에는 아무 것도 모른다.

 

 

       깨달음 이후 빨랫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