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禪門

찰나의 시간

竹隱죽은 2020. 3. 31. 05:00

깨달음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끊임없이 버리고 

쉬지 않고 내려놓으라. 

 

부처는 

오랫동안 일상생활에서 

작은 일을 꾸준히 실천함으로써 

오래된 습성과 선입견이 만들어 놓은 

자신의 허상을 

완전히 버리고 진정한 자신을 찾았다. 



우리 자신을 돌이켜 보자. 

많은 이들이 이미 오래 전에 

불교나 다른 종교, 철학 사상을 접하고 사람으로서의 도리, 

행복의 진정한 의미 등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것들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예전 습성과 관념으로 자신을 속박하거나, 

그것들을 쉽게 잊어버린 채 자기 마음대로 살고 있다. 

 

문수보살이 미륵에게 말했듯, 

우리는 오래 전 부처에게 

《법화경》을 들었으며 

우리 자신이 그걸 잊고 있을 뿐이다.

 

깨달음을 얻는 것이든 

부처가 되는 것이든 

모두 기나긴 여정이다. 

 

 〈제바달다품〉에서 부처가 

자신의 기나긴 성불 과정을 얘기한 뒤 

곧이어 상반된 장면이 등장한다. 

 

문수보살이 예전에 용궁에서 

《법화경》을 설할 때 

용왕의 딸이 《법화경》을 들은 뒤 

찰나 사이에 성불했다고 말한 것이다. 

 

부처가 무한한 시간에 걸쳐 이룬 일을 

용왕의 딸이 어떻게 찰나에 이루었을까? 

지적보살이 믿지 못하자 

용왕의 딸이 직접 나타나 게송을 읊었다.

 

 

죄와 복을 통달하여 

시방세계를 두루 비추고

미묘하고 청정한 법신은 

서른두 가지로 아름답게 장식됐네.

 

팔십 가지 좋은 모양으로 

그 법신을 장엄하니

하늘과 인간이 다 우러르고 

용과 귀신이 공경하네.

 

모든 중생이 공경하고 정성으로 받드나니

깨달음을 이루는 일 부처님만 아시리라.

나도 이제 대승법을 이 세상에 널리 펼쳐

괴로운 중생을 구제하고 해탈시키리라.

 

 

그런 다음 부처에게 보배 구슬을 바치고 

부처가 곧바로 받자 지적보살에게 

 

“부처께서 보배 구슬을 받는 것이 빠릅니까, 빠르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지적보살이 빠르다고 대답하자 그녀가 모두의 눈앞에서 갑자기 남자로 변해 남쪽의 불토로 날아갔다. 지적보살과 법회에 모인 대중이 그제야 그녀가 찰나에 성불했음을 믿었다.

 

하지만 나는 여기까지 읽고도 

의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용왕의 딸이 어떻게 찰나에 성불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여러 문헌을 찾아보다가 유명한 석소문법사의 해석을 보았다. 

 

석소문법사는 자신의 저서 

《법화경도독(法華經導讀)》에서 



“보배 구슬을 바친 것은 

깨끗한 부처를 마음에 품고 있다가 

찰나에 드러내어 부처에게 보여 준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고, 보배 구슬을 

바치자 부처가 곧바로 받은 것은 단숨에 

깨달은 것을 의미한다. 

 

이는 생각이 바뀌기만 하면 

짧은 순간에도 깨달음을 얻고 

성불할 수 있으므로 

성불이 어려운 일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 해석을 읽고 

모든 불경이 비유와 상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이야기인 듯하지만 

그 속에 담긴 비유를 알고 나면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용왕의 딸이 찰나에 성불한 것 역시 

신비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불교의 기본적인 이치를 설명하고 있다. 

 

성불이 

기나긴 수행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이라도 

깨끗한 마음을 얻는다면 

바로 부처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이 깨끗해진다면 

당신도 지금 당장 속세를 떠나 부처의 나라로 갈 수 있다. 

 

생명이 생사의 순환에서 벗어나 

태어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부처의 경지에 도달하려면 

긴 수행의 과정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버리는 기나긴 과정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환생을 겪어야만 

그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성불하기에 이르고 

수많은 윤회를 더 겪으며 수행해야 하더라도, 




바로 지금 이 순간 

깨끗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찰나의 시간 동안 

부처의 경지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석소문법사의 해석을 읽고 억지로 이해하기는 했어도, 솔직히 말하면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후 

〈관세음보살보문품〉을 읽으며 

모든 의구심이 풀리며 눈앞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부처의 긴 수행 과정과 

용왕의 딸이 찰나에 성불한 것은 

모순된 것이 아니라 

한 가지 일의 양면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부처가 전하고자 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용왕의 딸이 읊은 게송의 마지막 구절에 있었다.

 

“나도 이제 대승법을 

 이 세상에 널리 펼쳐 

 괴로운 중생을 구제하고 해탈시키리라.”

 

이 말이 없었다면 

그녀가 찰나에 날아올라 부처의 나라로 간 것도, 찰나에 깨달음을 얻은 것도 모두 헛된 것이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깨끗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찰나의 시간 동안 부처의 경지를 경험할 수 있다.



   법화경 마음 공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