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매의 근본은 진여
그 후 마음으로 마음을 제거한다.
後以心除心.
마음이 마음 바깥으로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면, 그때 마음은 바깥이 없는
무외(無外)의 마음 또는 전체의 마음인
진심(眞心)이 아니고,
오히려 안팎으로 이원화된
분화된 마음인 망심(妄心)이 된다.
그러므로 조순해서
밖으로 향하는 마음을 멈추게 한 후,
그렇게 밖으로 향한 마음인 망심을 제거하는 것이
적정(寂靜)이다.
이때 망심을 제거하는 마음은
마음 바깥이 없음을 아는 마음인
본심(本心)에 해당한다.
즉 본심으로써 망심을 제거함으로써
적정을 이루는 것이다.
이 번역은 원효에 의거한 것이다.
이와 달리
‘마음을 따라 바깥으로 경계를 념한 후
마음으로 마음을 제거해서도 안 된다’라고
번역할 수도 있다.
조순을 이루지 못해 마음이 바깥으로 나가
경계를 념(念)하고 나서 다시 마음으로 마음을 제거하면 결국 경계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외적 경계만 남겨 놓으면
제거하는 마음이나 제거되는 마음은
모두 망심에 해당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본심에 이를 수 없으므로,
‘심으로 심을 제거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심이 심을 제거해서는 안 된다’고
해석할 경우는
‘망심으로 망심을 제거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된다.
마음이 만약 치달려 나가 흩어지면,
마땅히 불러들여 정념(正念)에 머무르게 한다.
이 ‘정념’은 오로지 마음뿐이고
외적 경계가 없음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런 즉 이 마음 또한 자상이 없으므로 생각마다 얻을 수가 없다.
心若馳散,
卽當攝來住於正念.
是正念者,
當知唯心無外境界.
卽復此心亦無自相,
念念不可得.
‘최극적정(最極寂靜)’은
두 단계로 구분된다.
만약 마음이 산란해지면
곧 마음을 모아들여
바른 생각인 정념을 이루어야 한다.
정념은
바깥 경계란 있지 않고
오직 마음일 뿐임을 바로 아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는 다시 그 마음도 자상이 없어
념념으로 얻을 수 없음을 알아
념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만약 정좌로부터 일어나
가거나 오거나 나아가거나 멈추는 등의
행위가 있으면,
일체시에 항상 방편을 생각하고
수순하여 관찰해야 한다.
오랫동안 익혀서 완전히 익숙해지면
그 마음이 머무를 수 있다.
수행을 계속해서
지(止)의 마음 상태가 늘 유지되면,
마음이 머물게 된다.
이것을 ‘전주일취(傳住一趣)’라고 한다.
이렇게 마음이 머무는 것이
곧 지(止)이다.
마음이 머무르기 때문에
점점 아주 예리해져서 수순하여
진여삼매에 득입(得入)한다.
번뇌를 깊이 조복받고 신심이 증장하여
속히 불퇴(不退)를 이룬다.
마음이 흔들림 없이 머무르게 되는 것이
‘등지(等持)’이다.
등지의 마음이 곧 진여삼매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이 머물러 삼매에 들어가는 것이 곧 정(定)이다.
그렇게 되면
진여삼매의 힘과 작용이 드러난다.
즉 진여삼매를 이루면
번뇌를 조복받게 되고 신심이 크게 자라서
뒤로 물러서지 않게 된다.
다만
의혹자, 불신자, 비방자,
중죄의 업장이 있는 자, 아만을 가진 자,
게으른 자 등은 제외된다.
이런 사람들은 (진여삼매에) 들어갈 수 없다.
그 다음 이 삼매에 의거하여
‘법계가 하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法界一相
이는 곧
일체 모든 부처의 법신과 중생신이
평등하여 둘이 아니라는 것을 뜻하며,
이를 ‘일행삼매’라고 이름한다.
一行三昧
復次依是三昧故則知法界一相,
謂一切諸佛法身與衆生身平等無二,
卽名一行三昧.
여기에서는
지(止) 수행의 수승한 능력을 밝힌다.
법계(法界)가 하나의 모습이라는 것,
법신(法身)과 중생신(衆生身)이
차별적이지 않고
바로 평등한 하나라는 것을 아는 것이
바로 지(止)를 통한 삼매에 의해서 가능한 것이라고 한다.
법신과 중생신이 하나라는 것은
곧 법신여래의 진여심이 곧 중생심이라는 것,
모두 하나의 마음,
일심(一心)이라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법계일상을 알게 되는 삼매를 일행삼매(一行三昧)라고 한다.
일행삼매에 대해 원효는
『문수반야경』을 인용하여 이렇게 말한다.
“무엇을 일행삼매라고 하는가?
부처는 ‘법계는 일상이다’라고 말한다.
법계를 연하여 이것을 아는 것을
일행삼매라고 한다. 일행삼매에 들어가면,
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모든 부처의 법계에 차별상이 없음을 다 알게 된다.”
진여(삼매)가
삼매의 근본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누구든 (사마타) 수행을 하면
점차적으로 무량한 삼매를 낼 수 있다.
이런 법계일상의 삼매는
법신이 곧 진여심이며 중생심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삼매의 근본은 진여이다.
일체 중생심이 곧 진여심이기에
누구나 수행을 하여 마음 바탕에 이르면
자신 안의 진여성을 자각하게 되어
일행삼매에 들 수 있다.
이는 중생심 안에서 불도를 구하는
수행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바로
정법(淨法) 진여(眞如)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수행을 하면
삼매에 이르게 된다고 말한다.
대승기신론 강해 - 한자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