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이야기

마음의 재계란

竹隱죽은 2010. 9. 10. 16:46

 

 

 


안회는 다시 말했다.

「저는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습니다. 좋은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재계(齋戒)하라. 내 네게 말해주겠다.

   마음에 있어서 한들 그것이 그리 쉽겠는가?

   그것을 그리 쉽게 하려하면

   하늘도 마땅하다고 여기지 않을 것이다.」

 

 

「저는 집이 가난하여 술도 마시지 않고

   냄새나는 채소도 먹지 않은 지가 몇 달이 되었습니다.

   이만하면 재계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제사 때의 재계이지 마음의 재계는 아니다.」


「마음의 재계란 무엇입니까?」

 


 

 

 

 

「너는 뜻을 한가지로 가져라.

   그래서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으며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氣)로 들어라.

   듣는 것은 귀에서 그치고

   마음은 부합(符合)하는데서 그친다.


   허나 기는 허해서 온갖 걸 다 포용한다.

   오직 도는

   허한 데서 모이니 허한 게 곧 마음의 재계이다.」

 


 

「제가 가르침을 듣지 못했을 때에는

   제가 안회(顔回)임을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르침을 듣고 난 후에는

   자신이 안회라는 의식이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이것을 허(虛)라고 하겠습니까?」

 

 

「지극하도다. 내 너에게 말해 주리라.

   네가 위나라의 말이 용납되거든 입을 놀리고

   용납되지 않거든 그만두어라.

  

   마음속을 남에게 보여 탈을 잡히지 말고

   한가지로 자기 내부의 세계를 지켜

   부득이한 경우 이외에는 움직이지 말라.

  

   그러면 도에 가까우리라.


 

 

 

 

 

걸음을 멈추고 가지 않는 것은 쉽지만

걸어가면서 땅을 건드리지 않기란 어렵다.

 

 

사람의 작위에 몸을 맡기는 자는

허위에 사로잡히기 쉬우나


하늘의 이치에 몸을 맡기는 자는

허위에 사로잡히기 어렵다.

 

 

있는 날개로 난다는 말은 들었어도

없는 날개로 난다는 말은 듣지 못했으며


있는 지혜로써 안다는 말은 들었어도,

없는 지혜로써 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저 뚫린 벽을 보면

빈방 안에 흰빛이 있고

거기에는 반드시 길한 징조가 깃들어 있다.

 

 

대저 마음이 정지하고 있지 않으면

이를 좌치(坐馳)라고 한다.


대체로 귀와 눈의 작용을

안으로 받아들여

마음의 지각(知覺)을 벗어난다면

귀신도 와서 깃들일 것이니

하물며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랴?

 

 

이것이야 말로 만물을 교화하는 길이며

우(禹)와 순(舜)도 근본으로 삼은 바이고

복희(伏羲)나 궤거(几籧:중국의 전설적인 제왕 이름)도

이로써 한평생을 마쳤는데


하물며 범인에게 있어서랴.」



    * 좌치(坐馳) : 앉아 있으면서 달린다는 뜻. 곧 겉으로는 조용히 앉아 있으나 마음속으로는 분주함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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