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이치
인연의 이치를
깨달으려면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사람들이 있다. 그가 어디서 왔고 예전에 무엇을 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어느 곳에 살든 누구와도 원만하게 잘 어울린다.
마치 고고한 학이 잠시 머물기 위해 이곳에 온 것처럼 무엇을 하든 온화하고 자연스럽다.
파조타선사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쑹산에 은거했는데 그의 나이가 몇이고 이름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저 그를 기이하다고 여길 뿐이었다.
쑹산 근처 작은 절에 부뚜막이 하나 있었는데 조왕신에게 제사를 지내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왔다. 그들은 가축을 잡아 조왕신에게 제물로 바쳤다.
어느 날 파조타선사가 제자들을 데리고 그 절을 찾아오더니 막대기로 부뚜막을 두드리며 외쳤다.
“쯧쯧! 진흙을 빚어 만든 부뚜막인데 어디에서 신령함이 나온단 말인가? 그런데 어찌하여 산 생명들을 죽여 제사를 지내게 한단 말인가?”
그가 부뚜막을 세 번 두드리자 부뚜막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런데 바로 그 자리에서 검은 옷에 높은 관을 쓴 사람이 나오더니 파조타선사에게 허리를 굽혀 절을 올렸다.
파조타선사가 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저는 이 절의 조왕신입니다. 오랫동안 업보를 받아 왔는데 오늘에야 스님으로부터
무생무멸의 설법을 들었습니다.
저는 이제 이곳을 떠나 하늘나라에서 태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내게 고마워할 필요 없다. 그대의 본래 성품이 그런 것이지, 내가 억지로 만들어 낸 결과가 아니다.”
조왕신이 다시 절하고는 곧 사라졌다. 파조타선사의 제자들이 그것을 보고 놀라서 물었다.
“저희들은 오랫동안 스승님을 모셨지만 아직껏 가르침을 받지 못하였는데, 조왕신은 스승님께 어떤 가르침을 얻어 하늘로 올라간 것입니까?”
“나는 부뚜막은 진흙을 빚어 만든 것이라고 말해 주었을 뿐 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다.”
제자들의 놀란 표정을 보고 파조타선사가 물었다.
“알아들었느냐?”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본성인데 어찌 알아듣지 못하느냐?”
제자들이 파조타선사에게 절을 올리자 파조타선사가 갑자기 외쳤다.
“무너져라! 무너져라! 무너져라! 깨져라! 깨져라! 깨져라!”
“깨져라!”라는 파조타선사의 말에 마침내 제자들이 선입견에서 벗어나 인연의 이치를 깨달았다.
인연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불안하지 않게 사는 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