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이야기

외물에 내마음을 빼앗겨

竹隱죽은 2010. 8. 5. 23:07

 

 

 

 

 

장자가 어느날

조릉(槽陵)이라는 밤나무 숲의 울타리에서 놀다가

한마리 이상한 까치가 남쪽으로부터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 까치 날개의 넓이는 七척이나 되고

눈동자의 직경도 한 치나 되었는데

장자의 이마를 스치고 날아가 밤나무 숲에 가 앉는다.


 

 

 


장자는 마음속으로


「이것은 어떤 새인가?

   그렇게 큰 날개를 가지고도 높이 날지 못하고

   그렇게 큰 눈을 가지고도 사람도 보지 못하나」

   하고서,


   바지를 걷어 올리고 재빨리 걸어가 화살을 잡아 끼우고 있었다.

   그때 살펴보니

   한마리 매미가 기분도 좋게 나무 그늘에 앉아

   자신도 잊어버리고 신나게 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한마리 사마귀(螳螂)가

나뭇잎에 숨어

그 매미를 노리고 있는데

자신마저 잊고 있었다.

 

 


 


 

 

그런 그 곁에는

그 이상한 까치가 기회를 타서

이 사마귀를 잡을려고 눈독을 들이느라고

자신도 잊고 있으면서


장자에게 잡히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장자는 이를 보고 놀라,


「아, 만물은

   서로 해치고

   이해는 서로 얽혀 있었구나」


하고서 활을 버리고 돌아왔다.

 


 

 


 

 

그러자

밤나무 숲을 지키는 사람은

장자가 밤을 따가려는 도둑인 줄 알고

뒤를 쫒아오면서 욕을 하였다.

 

 


 

 


 

장자는 집으로 돌아오자

삼개월 동안 불유쾌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제자인 인차(藺且)가 묻기를,

「선생님께서는 요사이 어째서 불유쾌한 모습을 하십니까」하자,


장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외물에 마음을 빼앗겨 내자신을 잊고 있었다.

   흐린 물을 보다가 맑은 연못을 잊고 있었다.

  

내가 또한 선생님에게 들으니,


『그 풍속으로 들어가서는 그 풍속을 따르라고』

   고 하였는데,

   지금 내가 조릉에서 놀다가 내 자신을 잊고,

   그 이상한 까치는 내 이마를 스치고 가서

   밤나무 숲에서 놀다가 그 정신을 잊었고,

   밤나무 숲을 지키는 사람은

   나를 밤 따가는 도둑으로 여기어 나는 치욕을 당했다.

   그래서 나는 불유쾌한 상태란다.」


 

 

 

 

 

 

해 설


장자와 그의 제자 인차와의

밤나무 숲을 무대로 한 문답을 통하여,


목전의 이익에 자신을 잊은 자가

근본을 잊어 큰일을 그르치는 일을 경계하면서,


속세에 파묻혀 세속을 따라가면서

자기생명의 진실을 지켜

천수룰 온전히 해야한다는

처세관을 밝히고 있다.


이 대목은 장자 자신이 반성 자각하는 내용으로

다른 대목과는 특이한 점이 있고,

매미를 엿보는 사마귀,

사마귀를 엿보는 까치,

까치를 엿보는 장자,

장자를 엿보는 밤나무 숲지기 등,


이해가 얽히고 섥힌

위험한 현실 세계의 모습을

종합적으로 묘사한 점에

이 설화의 새로운 발상(發想)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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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페이지에 올린 사진은 'Daum이미지'에서 복사한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