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禪門
단멸의 공
竹隱죽은
2019. 12. 2. 05:23
하나의 공은 양단과 같아서
삼라만상을 함께 다 포함하여
一空 同兩
일공 동양
齊含萬象
제함 만상
앞에서 ‘공했다’고 하여, 아주 텅 비어 아무것도 없는 줄로 알아서는 크게 어긋나니 이는 단멸의 공[斷空]에 빠져 버립니다.
하나의 공이 양단과 같아서 두 가지가 다 마찬가지라는 말입니다. 즉 하나의 공이란 차(遮)로서 부정을 말하고, 양단과 같다는 것은 조(照)로서 긍정을 말합니다.
‘양단을 버리면 하나의 공이 된다’는 것은 양단을 부정하는[雙遮] 동시에 양단을 긍정한다[雙照]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둘을 버리고 하나가 되면 그 하나가 바로 둘이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의 공이 둘과 동일하게 원융무애하므로 완전히 쌍차쌍조(雙遮雙照)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일체의 삼라만상이 하나의 공 가운데 건립되어 있다고 하는 뜻이 됩니다.
결국 우리가 변견을 떠나 자성을 깨치고 중도를 성취하면 쌍차쌍조(雙遮雙照)의 차조동시(遮照同時)가 되어 삼라만상과 항사묘용이 여기에 원만구족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공(空)이라 해서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일체가 원만구족한 것을 공이라 하며 공이 또 공이 아니어서[不空], 일체 삼라만상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성철스님의신심명 증도가 강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