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이야기

만물이 생겨나기 이전의 상태

竹隱죽은 2010. 7. 6. 06:27

 

 

 


 

공자가 노자를 만나려고 했을 때,

노자는 새로 머리를 감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햇볕에 말리고 있었다.

그때 노자가 꼼짝않고 있는 모습이

사람과 같지 않았다.


공자는 때를 기다리고 있다가 잠시 후에 노자에게 말하기를,

 

「내가 홀려서 그런가?

   실제가 그러한가?

   아까, 선생님의 몸은 우뚝이 마른 나무와 같아,

   외물(外物)을 잊고 사람과 떨어져서

   절대적인 독립의 경지에 계신 것 같았습니다」하자,


노자는 말 하기를,

 


「나는 내 마음을

   만물이 생겨나기 이전의 상태에서

   노닐고 있었네」

   하였다。

 


그래서 공자가 묻기를,

「그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지요」하니,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참된 도는

   알려고 해도 마음만 괴로울 뿐 알지를 못하고,

   표현하려 해도  입만 벌려져 표현할 수가 없으니

   내 그대를 위하여 그 대략을 말해 보겠소。


 

지극한 음(陰)의 기운은 엄숙하고 차며,

지극한 양(陽)은 번쩍이며 뜨거운 것이오。

이 엄숙하고 찬 지극한 음의 기운은 하늘에서 나오고,

번쩍이며 뜨거운 지극한 양의 기운은 땅에서 나와,

이 음양의 두 기운이 서로 통하고 화합하여 만물을 발생시키네。

 



이런 현상은 주재자(主宰者)가 있어

그렇게 주관 하는 것 같지만

그 형체를 눈으로 볼 수가 없네。




천지의 네계절에는 변화가 있고,

만물에는 성쇠가 있으며,

밤과 낮이 교체하고,

날로 달로 변화하면서 날마다 작용을 하건만,

 

그 조화의 공을 볼 수가 없네。

발생에 비롯되는 바가 있고,

사멸에 돌아갈 바가 있어,

처음과 끝이 상반해서

그 다하는 바를 알지 못하네。



이런 도가 아니면 무엇이 만물의 주재자가 되겠는가?」


 

이에 공자가 다시 묻기를,

「그런 도의 경지에 노닐면 어떻게 됩니까?」하니,

 

노자는 대답하기를,




「이런 도를 얻으면 지극히 아름답고 지극히 즐겁네。

   지극한 아름다움을 얻어 지극한 즐거움에 노닐면,

   이런 사람을 지인(至人)이라 하네」하였다。



 

다시 공자가,

「그런 경지에 이르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요」하니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풀을 먹는 짐승은 그가 사는 숲을 바꾸는 것을 싫어하지 아니하고,

   물속에 사는 벌레는 그가 사는 못을 바꾸는 것을 싫어하지 않네。

   환경이 조금 변화해도 생활상의 원칙이 변하지 않으면

   희노애락의 감정이 그것들의 가슴속으로 스며들지 않네。

 

대체로 천지는 만물이 한가지로 사는 곳이네。

그 한가지로 되어 있다는 점을 깨달아

자기를 만물과 동체로 생각하면

우리 몸뚱이의 각 부분은

먼지나 티끌같이 여길 것이고,


사생(死生)과 시종(始終)은

만물의 변화와 같이 생각되어

그것 때문에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이 없게 되네。

 

그러니 더군다나

세속적인 득실(得失)이나 화복(禍福) 등의 잗다란 일은

개입 시킬 것이 못되네.


사람이 종을 버리는 것을

진흙덩이 버리듯이 하는 것은,

자기의 몸이 종보다 귀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네.

 

그 가장 귀한 도야말로

내 몸안에 있는 것으로,

어떠한 외부의 변화에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네.


또 만물의 변화는

처음부터 다함이 없는 것이네.

그러니 그런 불변의 도를 체득하면

어느 것이 자신의 마음을 조심하게 하겠는가?

 

이는 오직 도를 깨달은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네.」



러자, 공자는 다시 말하기를,

 

「선생님의 지극한 덕은 천지와 짝이 될 수 있는데다,

   지극한 말을 빌어 마음을 닦으시니,

   옛날 군자 중에 누가 이런 지극한 말을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하자,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가 않네.

   대체로 물이 솟아 흘러가는 것은 물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고

   물의 본성이 자연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네.

   그와 마찬가지로,

   지인의 덕의 경우도 자신이 수양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다른 물건들이 친근히 와 떠나가지 않는 것이네.


 

마치 하늘은 저절로 높고,

땅은 저절로 두터우며,

해와 달이 스스로 밝은 것과 같네.

그러니 무엇을 닦을 것인가?」

공자는 물러나와 안회에게 말하기를,

 

「내가 도를 대하는 방법은

   초를 담은 항아리 속의 초파리와 같았구나.

   그 분이 그 항아리의 뚜껑을 열어 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천지의 위대한 참된 모습을 모를 뻔하였구나」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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