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는 것이 있으면
참선하는 사람이 만약 본지풍광(本地風光)을 밝히지
못하면 우뚝 솟은 현묘한 관문[玄關]을 어떻게 뚫겠는
가
때때로 아주 끊어져 빈 것[斷滅空]으로 참선(參禪)을
삼기도 하고, 무어라 말할 수 없이 빈 것[無記空]으로
도(道)를 삼기도 하며, 일체가 모두 없는 것으로 뛰어
난 견해를 삼기도 하니,
이런 것들은 아득하고 컴컴하게 빈 것[頑空]이라 병이
깊이 든 것이다. 지금 천하에서 참선법을 말하는 사람
들이 거의 이 병에 걸려 있다.
禪學者는 本地風光을 若未發明則孤峭玄關에 擬從
何透이리오? 往往에 斷滅空으로 以爲禪하며 無記
空으로 以爲道하며 一切俱無로 以爲高見하니 此는
冥然頑空이라. 受病幽矣니 今天下之言禪者가 多坐
在此病하니라
종사에게도 많은 병이 있다.
병이 귀와 눈에 있는 사람은 눈썹을 찡그리고 눈을 부
릅 뜨며 귀를 기울이고 머리를 끄덕이는 것으로 선(禪)
을 삼는다.
병이 입과 혀에 있는 사람은 미친 듯이 말하고 두서없
이 말하는 것과 함부로 할(喝)을 하는 것으로 선을 삼
는다. 병이 손과 발에 있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갔다 뒤
로 물러났다 하는 것과 이쪽저쪽을 가리키는 것으로
선을 삼는다.
병이 마음속에 있는 사람은 현묘(玄妙)한 진리를 찾아
다니고 인정을 뛰어넘고 견해를 여의는 것으로 선을
삼는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어느 것이나 병 아닌 것이 없다.
宗師亦有多病하니 病在耳目者는 以瞠眉努目하며
側耳點頭로 爲禪하고 病在口舌者는 以顚言倒語하
며 胡喝亂喝로 爲禪하고 病在手足者는 以進前退後
하며 指東畵西로 爲禪하고 病在心腹者는 以窮玄究
妙하며 超情離見으로 爲禪하니 據實而論컨댄 無非
是病이니라.
대장부는
부처님이나 조사 보는 것을 원수같이 해야 한다.
만약 부처에게 매달려 구하는 것이 있으면 부처에게
얽매이는 것이 되고,
만약 조사에게 매달려 구하는 것이 있으면 조사에게
얽매이는 것이 된다.
무엇이나 구하는 것이 있게 되면 모두 괴로움이 되므
로 일없는 것[無事]만 같지 못하다.
大丈夫는 見佛見祖를 如寃家이어다. 若着佛求하면
被佛縛하고 若着祖求하면 被祖縛하리라. 有求皆苦
라 不如無事니라.
선가귀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