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禪門

마음이 만든다.

竹隱죽은 2019. 11. 7. 05:24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

 

 

『화엄경』 등 여러 경전에

등장하는 이 문장은

가끔 ‘마음먹은 대로’, ‘마음먹기 나름이다’라는

가르침으로 전해지거나 이해되기도 한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는 뜻이다.

 

이때 ‘마음’을

의지의 측면에서 이해하여

‘마음먹은 대로’, ‘마음먹기 나름이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과연 모든 것은 우리 의지대로 되는 것일까.

만약 의지대로 된다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세상 자체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어떻든 자신의 마음에 따라

그렇게 저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인가?

 

먼저 세상 자체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생각해 보자.

필자는 세상 자체를 마음먹은 대로 하는, 그런 경우를 아직 보지 못했다.

 

깨닫게 되면 그 모든 것이

다 가능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간혹 그런 뉘앙스가 풍기는 글도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지혜를 얻은 이는 흙을 금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이는 상징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볼 일이다.

 

깨닫게 되면

모든 것을 마음[의지]대로 할 수 있다면,

그럼 그 옛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왜 이 힘든 세상을 그대로 두고 가셨을까?

 

마음먹은 대로 이 땅을 정토로 만들고,

모든 이도 다 행복하게 해주시지,

왜 그렇게 하지 않으셨을까?

 

이번에는

세상이 어떻게 있든지 자신의 마음에 따라

그렇게 저렇게 볼 수 있다는 뜻으로 생각해 보자.

 

이 말은 자신의 마음에 따라 세상을 그렇게

본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하는 것, 역시 문제점이 많다.

 

세상이 어떠하든 내가 이해한 대로 보고

생각한 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인데,

과연 그런가?

 

보통 일체유심조를 이런 측면에서 이해한다.

이는 세상을 관조하는 측면이 강하다.

물론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풀이가

힘든 처지의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세상의 일이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측면이 강하다.

 

‘종교는 아편’이라는 말을 듣기 쉬운 이해이다.

세상이 어떻든

개개인이 잘 하면 된다는 풀이로 들릴 수 있다.

 

강자의 문제점은 숨기면서

약자의 고통을 비웃는 말이 될 수 있다.

 

“삶이 힘들지만 마음만 단단히 먹으면 행복한 거야.”

 

그렇게 말하는 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주고 본인이 그렇게 살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렇게 일체유심조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무엇인가 찜찜한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당연하다.

 

나아가 이제 공부할 준비가 된 것이다.

공부를 하는 데에는

무엇인가 찜찜한 것이 있어야 한다.

 

그 찜찜함이 바로 의문이다.

의문을 안고 풀이하는 과정이 공부이다.

 

단지 자신이 아는

상식적인 언어와 판단으로

섣불리 이해하지 않아야 한다.

 

이제 슬슬 평소 생각하지 않고 막연히

‘좋은 말’이자 ‘당연한 말’로 여겼던 것을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보자.

공부할 때 명심해야 할 것 하나.

 

 

“같은 말이라도 다른 뜻일 수 있고,

다른 말이라도 같은 뜻일 수 있다.”

 

 

일단

‘일체유심조’에서 핵심은 ‘마음’이다.

 

즉, 우리 앞에 펼쳐진 세상을

기존의 상식을 내려놓고 마음을 통해

살펴보는 공부가 이 공부의 첫걸음이다.

 

그리고 ‘마음’을

지금까지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여기서 ‘마음’은

기존 상식의 그 마음[의식]만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 두자.

 

- 유식불교의 이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