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禪門

존재의 있음없음

竹隱죽은 2019. 10. 22. 05:27







 

이 몸이 실체가 없다고 보는 것은 부처님의 견해이며

 

이 마음이 환영과 같다고 아는 것은 부처님의 아는 것이다.

 

몸도 마음도 그 본성이 텅 비었음을 알았다면

 

이 사람이 부처님과 무엇이 다르랴.

 

[이를테면

‘몸과 마음은 같은 것이며

 몸 밖에 다른 것은 없으니

 산하대지가 어디에 있겠는가.’

 라는 말과 같다.]

 

拘留孫佛 現在賢劫第一 偈曰

 

見身無實是佛見 了心如幻是佛了

 

了得身心本性空 斯人與佛何殊別.

 

[如云 身心一如 身外無餘 山河大地 甚處得來]


 

 

강설

 

게송의 뜻은

모든 존재의 실상을 깨달은 사람,

즉 부처님이

이 육신과 마음과 산하대지를 보는 눈은

어떨까 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보통 인간이

몸과 마음에 대해서 아는 것과

부처님이 아는 것의 차이점이란 무엇일까?

 

보통 사람들은

몸도 마음도 이렇게 눈에 보이고

희로애락의 감정과 그리고 눈에 보이는

모든 산하대지도 지금 있는 그대로

다 있는 것이라고만 알지만,

 

모든 존재의 실상을 꿰뚫어 보는

부처님은

이렇게 있는 것을 보면서

한편 텅 비어 없는 것으로도 본다.

 

그러므로

누구라도 몸과 마음과 산하대지가

텅 비어 없음을 알면

부처님의 견해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부처님이라는 존재의 실상을

바로 꿰뚫어 보고

인생과 세상의 진실을 알아서

그 진실에 어긋나지 않게 사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불교에는

모든 존재를 보는 사람에 따라서

견해가 다른 몇 가지 점을 소개하였다.

 

첫째는

보통 사람들이 모든 현상을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그대로 여과 없이

이해하는 것을 상견(相見),

또는 유견(有見),

또는 가관(假觀)이라 하여

상종(相宗)의 견해라 한다.

 

둘째는

텅 비어 없으며 무상하고

허무한 것이라고 보는 것을 공견(空見),

또는 무견(無見),

또는 공관(空觀)이라 하여

공종(空宗)의 견해라 한다.

 

셋째는

있음과 없음을 같이 보고

상(相)과

공(空)과

유(有)와

무(無)를

통시하여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실상을 실상대로 보는 것을

중도관(中道觀),

또는 성종(性宗)의 견해라 한다.

 

이러한 세 가지 견해의 차이점을

옛 선사들은 다반사로 사용하며

아주 쉽게 설명하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산시산수시수(山是山水是水)라는 말이다.

 

고전에도 대장경 제종부와 사전부에 무려

42회나 등장하는데 그 한 예문을 소개한다.

 

『속전등록(續傳燈錄)』

22권에 나오는 말이다.

 

“노승이 30년 전 아직 참선을 하기 전에는

산을 보니 산이고 물을 보니 물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선지식을 친견하여

깨침에 들어서서는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닌 것으로

보았다.

 

지금은 푹 쉬어버림을 얻고 나니

예전처럼 산은 다만 산이요,

물은 다만 물로 보인다.

 

대중이여, 이 세 가지 견해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老僧三十年前未參禪時 見山是山 見水是水

乃至後來親見知識有入處 見山不是山

見水不是水 而今得箇休歇處 依前見山祗是山

見水祗是水 大衆這三般見解是同是別

 

 

이 세 가지 견해 중에서도

존재의 있음의 견해에서 존재를 없음으로

볼 줄 아는 것[見山不是山]이

무엇보다 어려우므로

 

불교에서는 더 높은 차원의

중도적인 견해를 이야기하기보다는

공으로 보고

무상(無相)으로 보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 공관을 주창하는 반야부의 경전이

무려 600여 부나 되며

금강경이나 반야심경이 그토록 많이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모든 존재에 대해

불교적 안목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 차원은 차이가 많이 난다.

 

궁극에는 있음과 없음,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적 안목과

그 안목에 부합하는

일상생활의 삶이 되어야 한다.

 

게송의 뜻을 요약하여 부연한 것이

책의 저자인 백운 스님의 괄호 안의 글이다.

 

그 글에서도 몸과 마음을 모두 다 같이

텅 비어 공한 줄을 안다면

산하대지도 역시 텅 비어 없으리라고

말씀하고 있다.

 

- 직지 강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