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와 보리
송(頌)
겹겹으로 두른 산과 물이여,
맑고 깨끗한 내 고향 면목이로다.
重重山與水 여,
淸白舊家風 이로다.
평(評)
평하여 말하였다.
“마음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본바탕 마음이요,
다른 하나는
무명(無明)이 형상을 취하는 마음이다.
성품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근본이 되는 성품이요,
다른 하나는
성품과 형상이 마주 선 성품이다.
그러므로
선법을 닦는 이와
교법을 배우는 이들이
다 같이 어두워서 이름에만 집착하고
알음알이를 내어
혹 얕은 것을 깊다 하고
혹 깊은 것을 얕다 하여,
공부하는 데[觀行]에 큰 병통이 되므로
이를 가려서 말한 것이다.”
評曰, “心有二種하니 一은 本源心이요, 二는 無明取相心也라. 性有二種하니 一은 本法性이요, 二는 性相相對性也라. 故로 禪敎者가 同迷守名生解하여 或以淺爲深하며 或以深爲淺하여 遂爲觀行大病인 故로 於此辨之” 하노라.
마음은 묘(妙)로 말미암아 밝아지는 것이니
거울의 빛과 같고,
성(性)은 밝은 본성 그대로 묘한 것이니
거울의 본체와 같다.
心則從妙起明이니 如鏡之光이요
性則卽明而妙이니 如鏡之體니라.
교문(敎門)에서는 오직 싯다르타만이
일생성불(一生成佛)하셨다고
집착하는 사람은
소승(小乘)의 근기(根機)이며,
여러 겁 동안 수행하여
형상이 다하고 성품이 나타나야
비로소 성불하리라 하는 사람은
대승(大乘)의 근기이며,
한 생각에 깨쳤을 때가
부처라 하는 사람은
돈교(頓敎)의 근기이며,
본래부터 성불이라 하는 사람은
원교(圓敎)의 근기라고 하였다.
이것은 선문(禪門)에서
번뇌와 보리를 다르다고 한 사람은
살갗이며,
번뇌를 끊고 보리를 얻으리라 한 사람은
살[肉]이며,
미혹하면 번뇌요 깨치면 보리라 한 사람은
뼈며,
본래 번뇌가 없어 원래 보리라고 한 사람은
골수(骨髓)라 하는 것과 같다.
- 선가귀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