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든 것이다.
현장 번역본
고지반야파라밀다 故知般若波羅蜜多
시대신주 是大神呪
시대명주 是大明呪
시무상주 是無上呪
시무등등주 是無等等呪
능제일체고 能除一切苦
진실불허 眞實不虛
조계종단 표준의례 한글 반야심경
반야바라밀다는
가장 신비하고
밝은 주문이며
위 없는 주문이며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주문이니
온갖 괴로움을 없애고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음을 알지니라.
시, 심경
그러므로,
이 노래는
진실한 진언이요
영원한 자유와 행복을 부르는 진언이며
가장 뛰어난 진언이어서
나라는 것은
욕망과 두려움이라는 물결에 따라
춤을 추는 한 다발의 습習일 뿐이라는
진실을 절로 드러나게 하므로
그때는 그대가
나는 모든 것이다 라는
사랑을 말하기도 하고,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라는
지혜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심경의 주제는
반야이고, 지혜이며, 공이다.
아니 그냥 공이다.
심경을 한 글자로 줄이면 공인 것이다.
우리는 몸과 마음을 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란
욕망과 두려움이라는 굴레 속을 방황하는
한 묶음의 습習일 뿐이다.
그러므로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실재하지 않는 관념이다.
나는
우주라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보일 듯 말 듯한 작은 점으로 나타났다가
한 순간 에 사라지는 사건이나 현상인 것이다.
태어나 살다가 언젠가 죽어야 한다는
우리의 믿음도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의식의 시작과 끝에 불과한 것이라고
심경은 말하고 있다.
바람이 불어 촛불이 꺼지는 것처럼
내가 사라지면
주체와 객체라는 이원성도 사라진다.
내가 없으므로 나는 모든 것이며
모든 것이 내가 된다.
개체의 자유의지란 없으며
모든 일은
함이 없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의식으로서의 나는,
마음을 비추는 동시에
모든 것을 바라보는 주시자이며,
생명으로서 의 나는
모든 존재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그러므로
나는 행위자가 아니라
모든 행위가 그 위에서 일어나는
바탕이다.
시대신주 是大神呪
시대명주 是大明呪
시무상주 是無上呪
시무등등주 是無等等呪 라는 표현은
심경을 시로 바라보고 있는 내가
다소 아쉽게 생각하고 있는 대목이다.
최상급의 형용사를 반복하여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스크리스트 원본에 그렇게 쓰여 있으므로
구마라습이나 현장도
그렇게 번역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신비하고,
가장 밝으며,
가장 뛰어나므로
비견할 수 없는 정법의 진언임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그냥
“마음에 꼭 새겨두어야 할 진실한 진언이다”
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보다 아름다운 표현이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잘 알지 못하는 어떤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
자기의 논리나 사상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주장을 하면 할수록
그것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심경이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진언이다”라고
강조하면 할수록
심경은 사람을 깨우는 ‘울림’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오늘 보시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거나
누군가에게 그것을 자랑하는 순간
보시는 보시가 아닌 것이다.
심경은
관자재보살이라는 대역을 등장시켜
설법을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대역이 누군인가에 관계없이
심경의 실제 설법자가
샤카무니 붓다라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공과 무아를
세상에서 처음으로 설법하신 분이
붓다이시기 때문이다.
조계종단 표준의례 한글 반야심경은
능제일체고 能除一切苦 를,
“온갖 괴로움을 없애고 진실하여”로
그리고
진실불허 眞實不虛 는
“허망하지 않음을 알지니라”라고
번역하고 있다.
나는 진실불허 眞實不虛 를
지혜와 사랑으로 번역하였다.
“나는 모든 것이다”라는 표현으로
모든 존재와 하나가 되는 사랑을 표현했으며,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표현으로
그 어느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걸림도 없는
지혜(Prajna)를 허공에 그려보았다.
-시詩,반야심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