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게 하지 말라
마음으로 과거의 일을 취하지 말고
또한 미래의 일도 집착하지 말며
현재의 일에도 머물지 않으면
과거·현재·미래가
모두 공적함을 깨달으리라.
다만 온갖 존재하는 것들을 비우기를 원하고
간절히 온갖 없는 것들을 있게 하지 말라.
但願空諸所有 切勿實諸所無
단원공제소유 절물실제소무
- 방 거사
이 말씀은 수행의 요체다. 선 생활의 핵심이다.
그간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익히고 갈고 닦은 모든 지식과 알음알이들을 모두 비우기를 소원하라.
그리고 생활하면서 반드시 실천하라.
아무리 훌륭한 지식과 경험과 재능이라 하더라도 모두 비워라.
마음을 고요하게 하라.
간결하고 소박하게 하라.
싸늘하게 하라.
높고 푸른 가을 하늘처럼 하라.
그리고 공연히 존재하지도 않는 것들을 착각하여 자꾸 만들어 쌓지 말라.
익히지도 말라.
배우지도 말라.
텅 비어 없는 상태를 그대로 두라.
절대로 만들어 채우지 말라.
어떤 좋은 것도 만들어 채우지 말라.
없는 것만 못하다.
방 거사는 마조 도일의 제자로서 성은 방(龐)이고 이름은 온(蘊)이며 자는 도현(道玄)이다. 당나라 양양 사람으로서 아버지는 형양에서 태수의 벼슬을 하였다. 잠시 성남에서 살 때 수행할 암자는 가택 서쪽에다 세우고, 수년 뒤에는 전 가족이 모두 득도(得道)하였다. 지금의 오공암(悟空庵)이다. 후에 암자의 아래에 있는 옛집을 희사하였다. 지금의 능인사(能仁寺)다. 당나라 정원 년에 수만 마의 많은 보배를 배에 싣고 가서 동정호우(洞庭湖右)라는 강 중류에 모두 버렸다. 그때부터 그의 삶은 오직 한 장의 나뭇잎 같은 생애였다. 거사에게는 처와 1남 1녀가 있었는데 대나무 그릇을 만들어 시중에 팔아 생활하였다. 가족이 모두 스스로 열반에 드는 장면이 전해 오는데 그 이야기는 참으로 상쾌하기 이를 데 없다. 어떻게 보면 조금 소극적이기는 하나 전형적인 동양인의 도(道) 생활의 모범을 보여 준 예라 할 수 있다.
무비 스님이 가려 뽑은 불교 명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