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禪門

아무 생각 없으면

竹隱죽은 2019. 8. 16. 00:19

 

지금 이 순간

삶이 힘든 이유는

생각에 사로잡혀 서로 싸우기 때문이다.

 

어떤 부정적 생각이든

생각과 싸워서는 생각이 결코 잦아들지 않는다.

 

생각이 떠돌아다니면 곧바로 알아차리고

 

‘지금 이것’에 집중하는 게

번뇌를 줄이는 길이다.

 

*

 

선을 생각하고 악을 생각하는 게

그릇된 생각이고,

 

선악을 생각하지 않는 게 바른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괴로움과 즐거움, 생김과 소멸,

집착과 버림, 원망과 정다움, 미움과 사랑 따윌 생각하는 게

그릇된 생각이고,

 

그것들을 생각하지 않는 게 바른 생각이다.

 

*

 

기억은 과거의 영상일 뿐인데

그것을 ‘자기의 흔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온갖 회한과 갈등에 시달린다.

 

그 영상은 주인 없는 헛된 화면일 뿐이다.

 

*

 

‘마음을 비운다’고 해서 비워지는 것도 아니고,

‘집착하지 않는다’고 해서 집착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생각을 버린다’고 해서 버려지는 것도 아니다.

 

삶의 밑바닥에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에고가 썩지 않으면

 

해탈은 결코 없다.

 

*

 

중생은 에고를 애지중지하지만,

성자는 에고가 썩어 버려서

삼라만상을 자기로 삼는다.

 

*

 

타고난 성품이 다 다르고,

환경이 다 다르고,

 

시각이 다 다르고,

경험이 다 다르고,

 

인연이 다 달라

똑같은 얼굴 없듯이

 

생각이 다

다를 수밖에 없는데도,

 

남의 생각이

자기 것과 같기를 바란다.

 

*

 

이 세상은 안전하지도 않고

위험하지도 않다.

 

세상은 인연 따라 그냥 흘러간다.

 

세상을 안전한 것으로 보면 편하고,

위험한 것으로 보면 불안하다.

 

*

 

인연에 내맡기면

이 세상이 안전하게 보이고

 

인연에 저항하면

이 세상이 위험하게 보인다.

 

*

 

탐욕과 집착의 안개 속을 헤매면서

 

자신의 품위가 손상되지 않았는지를 점검하느라

노심초사하고,

 

자신은 이래야 하고 저러면 안 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자신을 대단한 존재로 착각하고,

남에게 인정받으려는 욕망에 끌려가고,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일으키고,

 

‘기분 나쁘다’에 사로잡히는 게

중생의 삶이다.

 

헌데

아무 생각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인생과 싸우지 않는 지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