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으면
지금 이 순간
삶이 힘든 이유는
생각에 사로잡혀 서로 싸우기 때문이다.
어떤 부정적 생각이든
생각과 싸워서는 생각이 결코 잦아들지 않는다.
생각이 떠돌아다니면 곧바로 알아차리고
‘지금 이것’에 집중하는 게
번뇌를 줄이는 길이다.
*
선을 생각하고 악을 생각하는 게
그릇된 생각이고,
선악을 생각하지 않는 게 바른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괴로움과 즐거움, 생김과 소멸,
집착과 버림, 원망과 정다움, 미움과 사랑 따윌 생각하는 게
그릇된 생각이고,
그것들을 생각하지 않는 게 바른 생각이다.
*
기억은 과거의 영상일 뿐인데
그것을 ‘자기의 흔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온갖 회한과 갈등에 시달린다.
그 영상은 주인 없는 헛된 화면일 뿐이다.
*
‘마음을 비운다’고 해서 비워지는 것도 아니고,
‘집착하지 않는다’고 해서 집착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생각을 버린다’고 해서 버려지는 것도 아니다.
삶의 밑바닥에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에고가 썩지 않으면
해탈은 결코 없다.
*
중생은 에고를 애지중지하지만,
성자는 에고가 썩어 버려서
삼라만상을 자기로 삼는다.
*
타고난 성품이 다 다르고,
환경이 다 다르고,
시각이 다 다르고,
경험이 다 다르고,
인연이 다 달라
똑같은 얼굴 없듯이
생각이 다
다를 수밖에 없는데도,
남의 생각이
자기 것과 같기를 바란다.
*
이 세상은 안전하지도 않고
위험하지도 않다.
세상은 인연 따라 그냥 흘러간다.
세상을 안전한 것으로 보면 편하고,
위험한 것으로 보면 불안하다.
*
인연에 내맡기면
이 세상이 안전하게 보이고
인연에 저항하면
이 세상이 위험하게 보인다.
*
탐욕과 집착의 안개 속을 헤매면서
자신의 품위가 손상되지 않았는지를 점검하느라
노심초사하고,
자신은 이래야 하고 저러면 안 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자신을 대단한 존재로 착각하고,
남에게 인정받으려는 욕망에 끌려가고,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일으키고,
‘기분 나쁘다’에 사로잡히는 게
중생의 삶이다.
헌데
아무 생각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인생과 싸우지 않는 지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