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식
지금 거친 밥으로 생명을 잇고 헤진 옷을 기워 추위를 막으며 목마르면 물을 마시는 일외에는
모두 유·무 등의 법일 뿐이어서 털끝만큼도 매인 생각이 없다면
이 사람은 점차 가볍고 밝아질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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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분별심과 유위의 허망함을 설파하셨다면 그럼 어찌하면 진정한 납자로서의 수행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즉 조사선의 수행법이다.
조사선의 근본은 무위적 수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함이 없는 수행’이어서
수행을 하면서도 수행함이 없는 수행이니,
가되 감이 없고
오되 옴이 없다.
하면서도 함이 없고
안함 역시 안함이 없다.
본래 무일물本來無一物이니
어디에다 점을 찍을 것인가.
허공에다 점을 찍으면
사방팔방 상하내외인 시방이 생겨나니,
한 마음이 일어나면 바로 본래자리로 돌린다.
즉 회광반조回光返照가 근본적 수행이다.
일을 하면 일을 하고 배고프면 밥을 먹고, 목마르면 물 마시고, 추우면 옷을 입고,
하면서도 한다는 생각이 없고,
안하면서도 안한다는 생각이 없다.
오직 한 생각이 일어나면
즉시 본자리로 돌리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마음을 허공처럼 비워 간다.
경계에 끌려갈 것도 없고
경계에 집착하지도 않고,
무심함을 근본으로 하되
무심이란 것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생각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즉시
바로 본래자리로 돌려놓는다.
본래자리란 마음이 일어나기 전 자리이니
한 생각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면 아무 일 없는 것이다.
그냥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게 순일한 마음이 순숙되면
시절인연에 의하여
저절로 봄이 오면 꽃이 피듯이
마음에 본지풍광이 열려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백장스님도
“이 사람은 점차 가볍고 밝아질 소지가 있다” 라고 하신다.
그렇게 마음이 열려진 사람을
선지식이라 한다
백장록 강설 중에서